얼마 전, 남편의 생일이 지났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얼마 전 그날은 그의 생일이 아니다. 그의 생일은 늦여름, 우리가 페티예를 다녀오고 난 후 이미 지나갔다. 나는 지난 생일, 한국에서 가져온 미역을 꺼내서 미역국을 구수하게 끓여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그의 휴대전화도 생일맞이를 위해 행사를 준비하는 건지,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다. 결국, 그는 며칠 고민을 하더니 업무에 지장이 될 것이 걱정되어 결국 한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한국산 삼# 갤#시 휴대전화 중고를 구매했다.
중고 한국산 휴대전화를 튀르키예에서 한국에서 판매되는 새 제품보다 비싸게 사고 나니, 그의 통장은 '텅텅 빈 텅장'이 되었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스탄불에서 이렇게 한국산 물건을 비싸게 사고 보니 이 나라에서 아#폰을 사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부자인가 하며, 새삼 간접세*의 위력을 한 번 더 느낀다. 괜히 비싸게 산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남편에게 당신의 생일 기념으로 페티예에서 고급스럽게 여행도 다녀왔고,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휴대전화도 샀으니 당신의 이번 생일이 정말 화려하다며 싱거운 농담을 던진다. 아들도 옆에서 나의 말에 맞장구를 치니 휴대전화로 번거롭고 속상할 일도 별 일 아닌 일이 되었다. 그는 바쁘게 생일맞이로 우리 집에 온 휴대전화에 업무와 관련된 연락처와 자료를 옮긴다.
언제부턴가 나는 속상한 일에 대해 그리고 그 감정에 대해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 마음 속의 속상함을 멀리 던지고 그리고 내가 해야 할 다음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말 '맞다', '맞다', ' 맞다' 세 번으로, 다시 평온이 돌아왔다.
주민등록부에 적힌 그의 문서상의 생일, 그는 그의 동료와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는다. 그리고 그는 퇴근 후, 무덤덤하게 내게 자신이 받은 오늘 받은 축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내게 약은 잘 챙겨 먹었는지 몸은 어떤 지 잔소리를 시작한다. 약이 줄어들었는지, 아들에게 엄마가 약 빠뜨리는 것 같으면 이야기를 좀 해주라고 잔소리도 한다. 한참을 그의 잔소리를 들으며 영혼 없이 '네, 네, 네'를 연발하다가 그에게 당신의 진짜 생일이 언제인지 기억하냐고 나는 물었다.
그는 자신 있게 날짜를 말한다. 그렇다. 예상대로 자신 있게 그의 생일은 틀렸다. 한참을 웃으며 그의 오답을 수정한다. 내 생일은 언제고, 당신 생일은 언제고 아들의 생일은 언제다. 지금은 내가 그에게 잔소리 바통을 받아 쉴 새 없이 던질 차례다. 냅다 기회를 잡아 집에 온 가족이라고 해봤자 세 명인데, 생일을 모른다며 그에게 잔소리를 계속한다. 그리고 그에게 그 사람의 부모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생신을 묻는다. 역시 기억할 리가 없다. 자신의 생일도 기억을 못 하는데 그걸 알 리가 없다. 한참을 나이 어린 아들 앞에 두고, 남편에게 선생님처럼 남편의 가족 생일에 대해, 그리고 기억하는 쉬운 방법 등을 지도한다.
분명 그는 한참 집중해서 듣는 것 같은데, 뭔가 느낌은 내가 교실에서 남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기분이 든다. 나는 열심히 말했지만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동그랗고 해맑은 눈빛으로 바라볼 때처럼, 이 정보는 그와 아들의 머리에 입력되지 않았다. 그냥 포기하고 내가 모두 기억하면 된다고 돌아설 때, 자신의 생일은 모르면서 용케도 나의 생일은 정확하게 대답하는 덕분에 그는 내게 멋지다고 칭찬을 받는다. 역시 아들 키워봐야 소용이 없다. 나의 아들의 가까운 미래를 본 것 같아 씁쓸하지만, 그래도 내 생일은 기억한다는 이유로 큰 소리로 웃는다. 그가 내 생일을 기억해줘서 참 다행이다.
아마 지금 세상에서 남편의 진짜 생일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두 사람이다. 나와 그의 엄마, 시어머니다. 그와 결혼하려고 하던 때에 친정 엄마는 나와 남편의 궁합을 보려고 했다. 나는 남편에게 그의 정확한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실제 생일이 주민등록상과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아버지는 지금처럼 휴일 없이 농장에 나가셨고 바쁘게 작물들을 키워내셨다. 시어머니는 그런 억척스러운 남편을 따라 그 시절 작은 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돼지를 키우셨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해뜨기 전에 일어나 해가 지기 전까지 일을 했다. 한없이 일을 하고 다시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밥을 차리면 늘 쓰러져 잠에 들었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억척스럽게 농장을 늘리고,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그것을 챙기러 겁 없이 돼지우리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어머니는 그 시절, 아들의 생일을 잊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동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하러 갔고, 신고가 너무 늦었다며 벌금을 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한 푼이 아까웠던 그 시절, 그녀는 아들의 법적인 생일을 벌금을 내지 않을 그날로 정했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다시 정신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자그마하던 농장을 크게 만들었고, 마을에서 가장 큰 농장을 일구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다. 다른 이들이 연휴라며 놀러 가는 그날도 쉬지 않고 그들은 언제나처럼 새벽부터 농장에 있었다.
농장에 있는 작물들은 휴일이라고 자라지 않는 법이 없다. 그들이 키우는 생물들은 잘 자라났다. 그도 그들이 키우던 작물들처럼 자라나 아들은 어른이 되었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했고, 그리고 나와 결혼을 했다.
달이 기울어졌다 다시 차오르듯이 그녀는 그렇게 아이와 함께 그 고비를 견뎌냈다.
시어머니는 내가 시집을 오곤, 그의 생일마다 자신의 아들에게 매번 미안하다고 말한다. 내가 그와 결혼하고 옆에 있던 내가 거의 매해 그 이야기를 들었으니, 어쩌면 부모는 아이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영원히 기억하나 보다. 자신이 이전에 했던 사과는 이미 잊으셨나 보다. 그녀는 그렇게 그녀의 달이 다시 차오른 시간에도 여전히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그는, 매번 같은 말을 하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말한다. 아마 그는 계속 그렇게 그녀에게 대답해 줄 것이다.
"괜찮아요. 엄마"
이스탄불의 집은 다행히 재계약이 되었고, 나는 남편의 잔소리 한 알을 더해 약을 챙겨 먹는다. 나는 물끄러미 창문을 열어 하늘의 달을 바라본다. 이스탄불의 늦은 밤, 비가 온다. 달이 보이지 않는다. 아들이 잠든 시간 남편에게 말을 건다.
자신의 생일도 기억 못 하는 남편에게, 세상에 어머니가 안 계시고 나도 없으면 아무도 당신의 진짜 생일을 기억할 사람이 없다고 싱거운 말을 했다. 당신이랑 똑 닮은 아들 녀석이 주민등록상에도 없는 당신의 생일을 기억할 수 있겠냐며, 그에게 그의 생일을 기억하는 법을 다시 말해준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네가 기억하니까 괜찮아."
그때의 그들처럼 달이 차오르고 다시 기울고 다시 차오르는 이 시간, 이스탄불은 비가 내린다. 오늘밤의 달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일까. 사람은 달과 같아서 음력 생일을 챙겨야 한다는 친정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옛날 사람처럼, 아니 그들처럼 음력 날짜를 세며 달력에 식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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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세*는 소비세라 불리며, 납세 의무자가 일단 납세를 하되 그 조세가 물품의 가격에 포함되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조세부담자에게 다시 전가되는 형태의 조세를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