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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Feb 12. 2024

아이를 말하는 숫자, 모차르트 생가

아들의 웩슬러 검사 그리고 여전히 엄마 되기가 어려운 나.

 아들이 겨우 눈만 깜박이던 시절, 아이를 낳고 나의 첫 목적지는 수유실이었다. 그때의 내 몸에는 아이를 열 달 동안 품은 흔적과 산고의 통증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때의 나는 간호사 선생님의 알림에 따라 병원 수유실로 첫걸음을 옮겼다. 팔찌를 들어 아이를 찾고, 서로를 처음 보는 여자들은 가슴을 내놓고 제 아이에게 젖을 먹인다. 나 또한 그런 그녀들 사이에서 어색한 마음도 잊은 채, 나의 가슴을 잡았다.

 초유를 한 방울이라도 아이에게 더 먹이겠다며,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제 자신이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잊어버린 듯하다.

 

 그때의 수유실에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경쾌하고 밝은 모차르트의 음악에 맞춰 아이의 젖 무는 소리만이 귀에 들린다. 아무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모차르트 음악 그리고 너와 나.


 이 공간에는 만 있는 듯, 이제 갓 엄마가 된 나는 그 음악에 맞춰 조심스레 너를 안았다.


 2023년 6월 26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의 집으로 이동했다. 남편은 잘츠부르크 카드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으로 우리의 이동동선을 만들었다. 아들이 '걷기 싫다.'를 이미 시작한 오후 1시 36분.

 

"아들아, 저기 가면 좋은 거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속지도 않을 말들을 그에게 날리며 우리는 잘츠부르크 거리를 걷는다. 그의 가방은 이미 나의 차지다. 더위를 많이 타는 그는 유월의 여름 햇살에 얼굴이 빨갛다. 그의 붉은 볼을 바라보며 남편의 말에 따라 거리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붐비지 않은 이 거리가 참으로 편안하다.

 세계적인 햄버거 체인 M사의 간판조차 아름답게 만드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 아들도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이 팔고 있는 물건을 알리는 거리의 간판들을 바라보며, 그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한다.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 거리의 간판들은 아이에게 그림으로 말을 건다.


 "엄마, 분명 저긴 우산 파는 곳이야."

 

 아이는 저기 멀리 보이는 간판을 보곤, 내 손을 놓곤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보고 싶어 걸음을 내달린다. 거리의 간판들의 이야기에 아이는 제 걸음으로 모차르트 생가에 도착했다.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로 만났던 그의 화려하지만 짧았던 생애.

 '신동', '천재'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나의 아이를 천재로 만들 수 있다며, 어린아이에게 한 번 즈음 들려주었을 그의 음악. 그가 살았던 집에 놓인 오래된 바이올린을 바라본다. 그가 신동이라는 것을 증명했을 바이올린은 주인이 없는 집에서 외로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에게 실시한 한국 웩슬러 유아지능검사 2번 및 아동 지능 검사 1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리고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그의 음악이 은은하게 퍼지는 그곳에서 나는 그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어린 모차르트가 하루 7-8시간의 음악을 연주하는 시간 동안 그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모차르트를 보며, 앞으로 아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다시금 고민을 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아들을 가르쳐야 하는가. 아들은 그동안 3번의 웩슬러 검사를 받았다. 이 검사는 환경부의 '코챈스(환경보건출생코호트*)'라는 국가 연구 사업의 실험 표본으로서 실시된 검사였으며, 알레르기로 인해 교육기관의 이용이 없던 내게 아이 교육에 대한 방향과 그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아이를 임신하고 본 산부인과의 안내문으로 시작된 이 연구에, 임신 중 알레르기가 심해졌던 나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아이는 여전히 이 연구의 표본이다.


 연구의 표본으로 실시된 3번의 웩슬러 검사 후, 아이의 언어 영재성은 검사를 통해 여러 번 인정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 내가 해 준 것은 그와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고 함께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 일뿐이었다. 집에서 빈둥대다가 일주일에 한 번 문화센터를 갔고, 놀이터를 흙을 파고 라디오를 같이 들었다. 동네의 육아지원센터에 가서 매주 책을 가득 빌려와 또 누워 책을 읽었다. 나의 아들은 그렇게 컸다. 그러나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아직도 여전히 방향성이 맞는지에 대해 매번 흔들리고 있다.


 부모인 내가 좋아하는 것과 아이좋아하는 것에 가득 싸여 자라나는 것. 볼프강 모차르트, 그는 분명 지금의 나의 아들처럼 자신이 좋아하던 그리고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좋아하던 음악 속에서 자라났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들은 아버지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다. 그렇게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신동으로 칭송받던 아들 둔, 아들에 비해 평범했던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가장 좋아했던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을 사랑하고 잘하던 아들을 바라보던 레오폴트, 그의 처음도 너를 안은 그 때의 나의 손길처럼 그렇게 조심스럽고 어려웠을 것이다.


 어쩌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또 다른 모차르트인 레오폴트 모차르트. 엄마인 나 그리고 너를 위해 아이를 말하는 검사들의 숫자들을 잊고, 지금 나는 이 순간의 네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순간의 너를 그리고 나를 우리는 아주 평범하게, 기억하고 있다.


 





 레오폴트 모차르트*

https://namu.wiki/w/%EB%A0%88%EC%98%A4%ED%8F%B4%ED%8A%B8%20%EB%AA%A8%EC%B0%A8%EB%A5%B4%ED%8A%B8

 신동, 영재, 천재로 불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버지. 그는 아들이 태어나는 해인 1756년에  '이올린 연주법(Versuch einer grundlichen Violinschule)'이라는 바이올린 교습서를 펴낸다. 이 책은 유럽 최초의 바이올린 교습서다. 그는 이 책으로 아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친다. 그리고 이 책은 출판 후, 수십 년 동안 바이올린 교습서의 기본교재로 활용되었다. 또한 딸 나넬에게 하프시코드를 가르치기 위해 '나넬 노트북(Nannerl Notenbuch)'이라는 책도 썼다. 이 나넬 노트북은 건반악기 초보자에게 어울리는 쉬운 곡과 연주 방법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름이 나넬 노트북이긴 하지만 아들 볼프강을 가르칠 때도 이 책을 활용했다.(나무위키 참조)



환경부의 '코챈스(환경보건출생코호트)*

https://naver.me/xjJAsdX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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