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아침, 호텔의 조식을 먹고 잘츠부르크 카드로 대중교통을 타고 페스퉁스반(Festungsbahn)을 이용하여 호엔 잘츠부르크성을 구경한다.
오늘 우리여행 목표다! 아주 간략하다.
하지만! 아하하하!
관광객들에겐 잘츠부르크성 '푸니쿨라'라고 흔히 부르지만, 사실 이 말은 이탈리아 나폴리말에서 유래된 합성어로 유럽에서 케이블카를 부르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 가서 이 '페스퉁스반'을 타면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블카와는 다르다는 것이 알 수 있다. 독일어로 정확히 이를 해석해 본다면, 사실 정확한 명칭은 'Festung'은 '요새', 'bahn'은 '기차'로 즉, '요새 기차'로 번역된다.
즉, 우리가 흔히 중유럽의 낭만적인 장소로 여겨지는 호엔 잘츠부르크성은 그저 아름다운 성이 아니라 중세의 치열한 권력 다툼의 상징인 '요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곳, 이 성의 실체는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과 귀여운 마리오네트 인형이 가득한 공간이 아니라 권세를 지키려는 자와 그 권력이 무너뜨리는 자의 치열한 전쟁의 증거일지 모른다.
유월의 여름 햇살에서, '걷기 싫어'가 시작된 아들의 기세를 이겨내어 호엔 잘츠부르크 성을 정복하려는 엄마, 아빠도 이 요새에 도착해선 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거대한 거래를 시작한다.
"오늘 투정 부리지 않고 즐겁게 여행하면 저녁 전에, 네가 원하는 것을 사주겠다."
원하는 것! 우리 가족 모두는 각자의 원하는 목표가 있다.
아빠, 엄마 : 오늘 하루 즐겁게 잘츠부르크를여행하며 계획대로이동한다.
아들 : 원하는 것을 최대한 빨리 사서 갖는다.
아들이 자주 읽던 그림책인 니콜라스 해리스의 '성을 지켜라'에 등장하는 푸른 기사와 붉은 기사의 대결처럼, 우리 가족은 서로의 목표를 향해, 호엔 잘츠부르크 요새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호엔 잘츠부르크성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로마교황이 대주교 선임권을 두고 싸울 때 만들어진 요새다. 이 성을 통해 유럽 역사는 살피려면, 로마인의 역사 그리고 프로이센(독일의 왕국)의 역사, 유럽의 종교와 정치권력관계의 변화까지 이해해야만 이 공간에서 일어난 힘의 변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호엔 잘츠부르크 요새가 현재에까지 오게 된 변화 과정은 세계 1차 대전까지 대략적으로 설명해야 하므로 솔직히 참으로 복잡한데, 시대 순에 따라 주인이 바뀌고 성의 규모나 모습이 증축되고 확장되는 것을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는 영상이 있어, 아들은 지루해하지 않고 한참을 보고 갔다.
사실, 이 영상은 한 공간을 시대순으로 통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서양사를 대략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억하겠는가. 그저 서양 중세 시대의 역사가 끊임없는 황제와 교황의 대결적인 힘의 관계, 새로운 세력과 기존 세력의 대립 관계만이라도 이해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의 허리가 점차 구부러진다. 그래도 열심히 보고 있으니 고맙구나.
약속대로 그는 호엔잘츠부르크 요새를 즐겁게 구경했다. 그림책에 나오는 기사처럼 기사 복장도 해보고, 엄마는 갖고 싶은 마리오네트 인형을 살핀다. 그리곤 또다른 기념품으로 간다. 그러나 아이가 사고 싶은, 살만한 마땅한 것이 없다. 갖고 싶지 않은 물건을 사느니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서 잘츠부르크 시내에서 사자고 말했더니, 그는 이내 입이 툭 튀어나왔다.
"돈은 종이가 아니다."
"성 밖으로 내려가면 더 좋은 게 있을 거야."
사고 싶은 것이 마땅하지 않건만 아무거나 지금 집으면 아마 후회할 거라는 말을 하고 돌아서는 엄마와 아빠.당장 별로인 거라도 사겠다는 그의 말에 잔소리가 분출한다.
페스퉁스반(Festungsbahn)은 잘츠부르크의 5개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사이트를 통해서도 예약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희처럼 '잘츠부르크 카드(5화에서 안내)'를 구매하셨다면 '페스퉁스반'에 대한 별도의 예약이나 대기 없이(7,8월 성수기 제외) 바로 탑승하고 호엔 잘츠부르크성까지 가실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한다면 반드시 카드를 구매하여 잘츠부르크 여행을 즐기시길 하시길 바랍니다. (운영시간 09:00-17:00)
잘츠부르크성의 페스퉁스반 탑승장에서 '페스퉁스반'의 초기, 수력발전의 방법으로 운영했다는 것도 자세히 설명해 두었습니다. 급하게 내려가 이를 놓치지 마시고, 지금도 성을 시원하게 내려가는 물의 이유도 아이와 함께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