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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Jan 29. 2024

엄마, 내 친구들을 지켜줘! 잘츠부르크 레지던스 광장

아들, 너에겐 너무 소중한 장난감 친구들

 

 젊은 시절, 유럽 대륙과 호주를 혼자서 여행하는 동안 간간히 물건 또는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한국사람들을 만났었다.

 나란 사람에겐 다행히 그런 사연이 없었지만, 긴 여행 중 한 두 번은 그런 사연 많은 한국인을 만나곤 했다. 

 

 소매치기를 당한 그들의 사연을 직접 들어보면서 가장 슬픈 이야기의 사람은 여행 막바지, 여행 중 찍은 소중한 사진들이 찍혀있는 휴대폰과 카메라를 도둑맞아 이번 여행의 기억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그녀였다.

 한인민박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 경계 없이 자신의 어려움을 터놓고 도움을 청하고 사연을 이야기하는 한국사람은 어느 곳에나 있었다.

 어쩌면 타국이라, 한국이었다면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을 타인에게 위로를 전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


 사람은 그렇게 사람에 상처받고, 다시 사람에게 위로받는다.




 2023년 6월 25일 오후 6시 49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중앙역, 쇼핑몰 Forum1 인근.

 여름의 오스트리아는 이 시간에도 참으로 밝다. 주차를 하고, 호텔에 짐을 놓고 나선 중앙역엔 어느 대도시의 역처럼 도시의 빈민들이 있다. 역 앞엔 누구의 변인지 모를 커다란 것과 누군가의 지저분한 흔적들. 다행히 도시의 첫인상과는 달리 호텔의 컨디션도 괜찮고, 주변의 쇼핑몰도 이스탄불의 대형 쇼핑몰에서 만난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위해 호텔 근처에서 한국맛 음식을 찾는다.


 오스트리아에 와서도 이스탄불에서도 결국 우리가 찾는 건, 한국맛이다.


 정말 우연히 한국맛 나는 식당을 찾고 난 후, 만난 아는 주재원 가족에 반가움을 갖는 것도 어쩌면 여기가 타국에서 시작된, 또 다른 이국의 한 귀퉁이에서 우리가 서로를 이렇게 우연히 다시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가운 그녀에게 그녀가 묻지도 않은 그 식당의 정보를 다정스레 보낸다.


 밝고 다정한 그녀, 이국이라 더 반갑다.



 2023년 6월 26일

 우리의 외국 생활이 길어지곤, 아들은 요즘 국어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영어책을 읽는 것을 편안해한다. 쓰기에 있어선 아직 기초적인 수준이건만, 국제학교 3년 차에 이르니 듣기, 말하기, 읽기에 있어선 분명히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요즘 아들과의 여행을 거듭하고 느낀 다른 점은 아들이 유럽인의 이런저런 영어를 알아듣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것 때문에 그에게 걱정과 불편함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걱정은 어린이라 어른의 염려와는 많이 다르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호텔의 안내에 고개를 끄덕이곤 남편과 가방의 소지품을 정리하는데, 아들은 제 가방을 앞으로 돌려 맨다. 그의 가방엔 호텔방에서 넣은 그의 친구들이 들어있다. 무겁게 들고 가지 말라고 말했건만 들고 가겠단다.

 그리곤 가방을 앞으로 메지 않는 우리에게 제법 잔소리다.

 

 잘츠부르크의 풍경을 담은 트램은 Sttatbrücke 다리를 건너, 우리를 16세기의 레지던스 광장에 서 있게 한다.

 아들과 서는 그 멈춤마다 모두 아름답다.

남편은 운동화에 배낭을 멘 나를 찍어주겠다며 휴대폰을 든다.

 잘츠부르크 대성당과 잘츠부르크 레지던스.


 돌아서는 모든 곳에 역사와 음악이 있다.


 호엔 잘츠부르크성을 향하는 푸니쿨라를 타기 위한 걸음이었건만 레지던스 광장의 깨끗하고 단정한 거리는 아들의 걱정과 긴장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내가 아름다운 16세기 건물에 매료되는 것과 달리 그는 무대설치를 위해 바쁜 파란색 크레인에 마음이 홀린 것이 다를 뿐, 우리는 광장 안의 상점을 두리번거리며, 대도시의 북적임이 아닌 활기차고 단정한 그곳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해있었다.


 앞으로 돌려맨, 소매치기가 훔쳐갈까 긴장하던 그의 장난감들은 그의 배낭 속에 소중히 담겨서 그렇게 천천히 엄마의 몫이, 때론 아빠의 몫이 되어 유월의 뜨거운 햇살이 시작되던 잘츠부르크를 함께 걸었다.


 "엄마, 소매치기가 내 장난감 안 훔쳐가게 잘 챙겨줘."

 "이 녀석아, 소매치기도 바쁘다."


 우린 그렇게, '잘츠부르크 카드*'를 들고 여행을 시작했다.


조식당 풍경과 조식이 참으로 좋던 'H+호텔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 카드*

https://www.salzburg.info/en/hotels-offers/salzburg-card

 저희 가족은 24시간권을 구매하여 여행하였습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독일로 향하는 경유지로 삼은 탓에 음악과 관련된 투어는 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또는 둘이 오신다면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 투어, 영화 '사운드오브뮤직'과 관련된 투어를 꼭 하시길 바랍니다. 조금 성숙한 아이가 있다면, 여행 전 '사운드오브뮤직'을 미리 보고 미라벨 정원에 간다면 더욱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춘기 오기 전에 가세요. 아하하.


 남편이 짠 일정이라 저의 취향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클래식 음악 투어에 아들과 남편이 관심이 없어했기에 잘츠부르크 24시간권으로 렌터카를 쓰는,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이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최대치는 다음 연재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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