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의 이카멧은 1년마다 새로 연장을 한다. 내가 언제 터키에 입국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남편의 입국 시점이 온 가족 이카멧 연장의 기준이 된다. 여름이 끝나가는 무렵, 그가 어느새 튀르키예에 온 지 1년째, 우리는 터키이민국에 다녀왔다.
세계정세가 요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혼란스럽고, 튀르키예 주변국은 여전히 내전이 있고, 자연히 시리아 등 인근 국가의 이민자 및 불법체류자가 현재 튀르키예가 많다고 한다.
작년엔 코로나 시대이기도 했고, 신랑의 회사에서 담당자가 거의 대신 일을 해주시는 탓에 이민국에 왔지만 내 얼굴은 거의 스치듯 한 번 보고 일사천리로 이카멧 발급 절차가 끝났다.
작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던 이카멧 연장과는 달리 올해는 나의 열 손가락 하나하나를 모두 등록했고, 카메라에 얼굴을 앞면, 좌, 우 등을 모두 찍는 등 작년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요즘 튀르키예는 외국인의 이유 없는 체류를 허가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즉, 이카멧 비자 발급이 어렵다는 소리이다. 예전엔 튀르키예 장기여행을 위해서 대행처를 통해 이카멧 비자 발급이 쉬웠다고 하는데, 요즘은 튀르키예에서 거주하는 정확한 주소나 소득이 불분명하면 체류 이유가 정확하지 않다고 해서 발급을 거절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비자에 대한 국가 통제가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곳에 살면서, 가끔 튀르키예의 삶, 정치를 욕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어디든 정치인 욕이 있는 것처럼 여기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독재정치로 보기도 하고, 자주 가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우리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거침없이 대통령 욕을 많이 한다. 뭐, 고소득자일수록 불만이 많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변화인지는 모르지만 아하하하. 확실한 건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카멧을 발급받으면, 자연스럽게 터키어를 엄청 잘하시는 현지 채용인인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분들은 수준급의 터키어를 사용하시는데 신랑은 터키어보다 회사에서 영어를 더 써서 그런지, 터키어를 잘하는 한국인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나란 사람은 아하하하, 너무 신기한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잘하게 된 것인가. 공부 비법을 알고 싶은, 업무에 방해가 될까 묻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카멧 발급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 아들은 참깨 알레르기라 아무거나 먹지 못하고, 나는 그렇다. 아주 터키식 군것질을 좀 할 시간이다.
뵈렉(börek), 페이스트리의 일종으로 식감을 글로 적어보자면 크로와상과 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안에 흔히 고기, 치즈가 들어있고 뵈렉 1인분, 차이 1잔, 아들 주스 1팩, 물 1병까지 해도 이민국 앞의 식당에서 60리라(4,528원: 2022년 9월 기준)로 먹을 수 있다. 같은 음식도 이스탄불의 유럽지구에선 이 가격보다 비싸지만 일반적으로 아시아지구로 가면 거의 이 가격에 이 정도를 먹을 수 있다.
뭐 대충, 이렇게 다 먹으면 좋겠지만 알레르기 엄마는 아들 먹을 것을 챙겨 와야 했고, 미리 'yemekseprti'앱(한국의 '배달의 ##'과 같음)에서 아들이 먹을 빵을 따로 챙겨가야 했다.
아시아 지구 동네에 제법 접어들면 체인 커피숍이 없고 터키쉬 식당이나 터키쉬 빵집(ekmek/ fırın) 만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참깨 알레르기가 심한 관계로 아무 빵집에 가면 아들이 아픈 일이 생겨나니, 이렇게 아들이 나이가 이만큼 먹어도 먹을 것을 챙겨서 다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장을 다른 사람보다 자주 보는 편인데, 한국에서나 지금이나 들고 다니는 기동력이 없기에 배달을 자주 시킨다. 그런데 두둥! 배달! 배달을 하려면 어찌할까? 터키말 모르는데 어찌 배달시켜!
이런 고민을 없애주기 위해, 오늘은 몇 가지 튀르키예 생활을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필수 단어 준비! 짠! 보통 튀르키예에 도착해서 청과물 가게(manav)에 가면 아, 드디어 그때부터 멘붕이 온다. 손짓으로 이거! 이거! 하지만 개수 말 못 하면 뭔가 답답하게 물건을 잡아와야 하고,
'ne kadar?(네 까다르; 얼마인가요?)하면 얼마인지 대답해주지만 터키어로 말하니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아하하하하. 역시 모든 언어의 시작은 듣기가 우선이다.
지금이야 자주 가는 야채 가게 아저씨와 안부를 나누며 인사를 하지만, 처음에는 웃지도 못하고 뭔지도 모르면서 카드 결제를 했다. 사기꾼이 와서 사기 치려면 충분히 사기 당하고도 사기당하는 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처음엔 왠지 장을 보고 나와선, 뭔가 사고 싶은 것도 못 사고 뭔가 사긴 했는데 사기당한 것 같고 그랬다. 아하하하. 뭘 모르니 하라는 대로 계산하고 그냥 나왔다. 거의 두 살짜리의 장보기 법이다.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1년이 된 나는 주문한 물건이 배달이 잘못 왔다고 다시 배달해달라고 전화로 이야기도 한다. 물론 전화받자마자
"전 외국인이에요. 조금 터키어 공부했어요. 천천히 말해주세요."(Ben bir yabancıyım, biraz Türkçe çalıştım, yavaş konuşun.; 벤 야반지임. 비라즈 투르크체 찰리쉬틈. 야바쉬 코누순.)
말하는 것이 시작이다. 엄청 빨리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아하하하하. 그렇다. 여전히 아직은.
그래도 물건 사려면 숫자는 알자. 1-100 그리고 1000까지는 알아야 한다. 이 정도만 알면 계산, 물건 사기 등 다 할 수 있다. 즉, 택시도 탈 수 있고 동네에서 어지간한 건 다 할 수 있다. 물론 번역기가 간간히 출동하겠지만 잘 사실 수 있다.
'21'은 어떻게 읽을까? 그렇다. 이르미 비르! 답 바로 했으면 천재다. 아하하하. 이런 식으로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숫자 읽는 법이 한국과 같다. 이 정도를 한다면 무엇이든 사고 돌아다닐 수 있다. 택시 타는 것부터 도전하시길 바란다. 튀르키예의 우기가 오기 전에 많이 돌아다니시길 바라며, 당신의 장보기에 용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