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튀르키예에 왔다. 아침저녁으론 제법 두꺼운 바람막이 점퍼가 없다면 나 같은 곰돌이는 이제 제법 떨면서 살 날이 어느새 다가온 것이다.
이곳에 일 년을 살면서 알게 된 건, 이곳은 한국보다 건조해서 여름엔 제법 쾌청하고 시원하지만 이 서늘한 가을에도 땡볕에 가면 이마가 따가울 만큼 햇볕이 세서 입었던 옷을 훌러덩 벗어야 한다. 해와 바람의 대결에서 해님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듯 아, 가을이 와도 한낮은 참으로 덥다. 그래서 일교차가 크고 건조하니 자연히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것은 감기다.
옆 동에 지난 여름에 이사 온 방글라데시 가족은 벌써 겨울이 아니냐고 묻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제법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탓에 고작 1년을 살아낸 나도 토착민인 것처럼, 너보다는 내가 더 잘 안다는 자신감에 이것저것을 주저리주저리 말해본다. 그때 이야기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병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가 반은 의사가 된다는 말처럼, 여기서 나도 가장 먼저 확인하고 가본 곳이 바로, 집 근처 병원이었다.
병원, 외국 병원, 아니 튀르키예 병원.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병원 간호사들 중, 대부분은 영어로 말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에 인근의 Azbadem병원(튀르키예 병원 체인)에 갔는데, 아니 간호사가 영어를 하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기쁜 일이다. 번역기를 안 쓰고 바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말이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영어를 하는 분을 만났다고 방심, 안된다. 결국 뚜벅이인 나는 아픈 아들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택시를 타야 한다. 운전이 힘들면 그렇다. 고생하지 않기 위해선 다른 능력을 쓰자!
손을 흔들어 노란색 튀르키예 택시(taksi;탁시)를 잡았다. 우린 타고선 목적지를 말한다. 어 그런데 그 목적지가 구글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 집이 구글 지도에 있지만 택시 기사가 모두 우리집 위치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자, 서울에서 택시를 탔다. 난 서울 지리를 잘 모르며 경상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쓰고 있다. 가고 싶은 동네를 말하고 그 동네의 아파트 이름을 말했다. 그 기사분이 잘 찾아갈까? 그렇다! 정답은 바로!
착한 택시 기사를 만나지 못하면, 빙빙 돌아서 간다. 한국에서도 우리는 이 일을 겪는다. 여기는 튀르키예, 그리고 외국인(야반즈;yabancı)이다. 나쁜 사람 만나면 그건 피할 수 없다. 빙빙 돌아 결국 그래도 우린 집으로 간다. 아니 집만 가주면 너무 고맙다.
지금, 이제 산 지 일 년, 나는 여전히 운전을 잘 못하며, 정확히 말하자면 목적지에 도착은 하는데 점점 더 주차를 위해 목적지와 멀어진다. 그래, 발렛 주차 좋다!
헉! 베벡(bebek) 발렛 주차비는 드디어 100리라다. 한화로 7,617원(2022년 9월 기준)
아, 그럼 됐다. 발렛도 못할 일이다.
택시비는 기본료 28리라(차로 15분 이내의 거리일 경우, 2,133원) 결국 택시를 탄다. 그러나 일 년을 살았으니 그래, 나도 택시기사가 빙빙 돌며 가게 놔둘 수 없다. 아하하하.
Bebek'e gitmek istiyorum.
(베베케 기트멕 이스티요룸.; 베벡에 가기를 원해요.)
'istiyorum'은' I want~ '
'나는 ~ 원한다.'이다.
택시 타고 그냥 목적지를 말하고 '이스티요룸'만 말해도 기사님은 아실 것이다. 그러나 그 목적지 근처 내가 원하는 구체적인 그 지점을 가기 위해선, 영어를 모르는 택시기사(şoför;소포르)에게, 특히 우리집 같은 불특정 다수가 모두 알 수 없는 그냥 아파트, 시떼인 경우엔 이것만 말하면 못 간다.
우선, 근처 제일 유명한 건물을 말하고 나서,
거의도착하면,
가까워요(야큰;yakın)
Yolu biliyorum.(요루 빌리요룸; 길을 알고 있다.)
직진(뒤즈;Düz)
왼쪽(솔;Sol )
오른쪽(사아;Sağ)
여기에서(부라단;Buradan)
정지(두르;Dur)
이 몇 가지 표현으로 집 문 앞까지 이동하면 된다.
지금 사실, 난 남편보다 터키어를 잘한다. 그 이유는 주재원인 남편은 회사에서 영어를 쓰지, 튀르키예 사람과 터키어로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인 나는 장보기부터 택시 타기, 집 수리하는 아저씨와 이야기하기, 식당, 병원, 카페, 경비실, 택배 아저씨, 무수한 터키인들과 만난다. 그러나 말 못하면 결국, 1년 내내 'merhaba!'만 외치게 될 뿐이다.
정말 누구보다 엄마인 우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아이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보여주게 된다. 때론 내 모습은 한없이 부족하고 물에 젖어 쓰려진 나비 마냥 힘이 없기도 하다. 또한 그러한 일상도 나의 삶이 아닌, 아이를 위한, 가족을 위한 하루일 때가 많다.
그런 와중에도 당신, 나 스스로를 잃지 않기를 바라며, 가고 싶은 곳을 용기 있게 떠나는 당신을 위해, 나는 또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는다.
merhaba!(메르하바!; 안녕하세요!)
boş mu?(보쉬 무?; 빈 택시 맞나요?)
덧붙임)
우리나라와 달리 튀르키예의 택시비는 택시 내의 룸미러에 표시됩니다. 처음 아이랑 같이 택시를 타면 정신이 없어 룸미러의 숫자가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택시에 타셔서 룸미러에 어디를 봐야하는지 알려드립니다. 아래의 빨간색 표시 부분에 전자표시로 택시비가 나타납니다.
때론 'bozuk para yok. ;보죽 파라 요크 '라며 거스름돈을 주지 않기도 합니다. 아하하하. 그래도 제가 계속 택시를 타는 거 보면 이 곰돌이에겐 그래도 주차와 운전보다 잔돈 얼마 덜 받는 게 더 마음이 편한가 봅니다. 아하하하. 모두 상처받지 마시고 도전!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