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튀르키예의 삶이 겨우 3개월에 접어든 시절, 나는 아들로 인해 참으로 병원에 많이 갔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봤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처방전을 들고 약국(eczane;에크자네)에 가곤 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약사 선생님은 내게 아이의 약을 건네며 늘 이 말을 해주셨다.
'Geçmiş olsun' (게취미쉬 올순; 건강해지길)
그때의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Teşekkürler (테쉐큘레)'라고 인사부터 했으니, 지금의 나는 참으로 지난 일 년 전의 나보다 튀르키예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살아가고 있다. 약국에 가서 이 약을 하루에 몇 번 먹어야 하는지도 자세히 묻고 있고, 아주 가끔 남편에게 터키어로 전화가 올 때, 내게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넘기기도 해서(남의 편이 터키어 학원비를 주니까 아하하하) 그 전화에 천천히 말해달라고 부탁하곤 대충 알아듣고 터키어로 대답도 하고 사니, 그래도 이 정도면 아무 불편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고작 두 번째 겨울을 살아내고 있건만, 큰 눈이 온다는 예보가 들리자, 이곳은 고개가 많고 길이 꼬불꼬불한 지형이니 미리 배달 주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의 한국 사람에게 나누기도 한다. 정말 말이 씨가 되듯, 어제부터 내린 눈으로 평소와 달리 배달 주문을 닫은 가게도 많으니, 나의 지난해의 고생담은 어느새 누군가에게 전해줄 무용담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오늘 6시(2023년 2월 8일 튀르키예 시간 기준) 'TRT HABER'는 튀르키예 정부 발표를 인용하여 9,057명이 사망하였고, 5만 2979명의 부상자가 있다고 발표했다. 불과 이틀 전인 월요일에 내가 쓴 글의 숫자가 무색할 만큼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경 너머의 시리아 피해 주민까지 추산한다면 이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한국에 있던 가족과 지인들은 나를 걱정하였지만, 사실 튀르키예의 땅은 정말 넓고도 넓은 곳이다. 어쩌면 이 남편의 주재 생활이 끝나는 4년을 채워도, 어쩌면 이번에 지진이 난 지역까지 과연 한 번은 가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만큼 이스탄불과는 아주 먼 곳이다.자동차로는 대략 12시간, 비행기를 타고서도 2시간 가까이 비행을 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자면 백두산과 남해의 거리라고 해야 할까.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할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지난해 이미 '이즈미르'의 지진으로 인해 이스탄불에서도 그 지진의 진동을 미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이번 지진은 실제적으론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는 아주 멀어서, 그 지진의 여파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원래 튀르키예 사람들은 지진이 워낙 자주 일어나서 흔들리는 지진 상황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90년대 이즈미르의 대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보다 진지해졌다. 그러나 이 지진에 대한 대비도 결국 부의 수준에 비례하듯, 돈이 있는 사람은 지반이 더 단단한 안전한 지역으로, 돈이 없는 사람은 지반이 약한 더 위험한 지역으로 밀려날 뿐이다.
그런 장소이기에 이번 지진이 먼 이야기 같아야 하건만, 이 지진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밤 사이 생활의 모든 기반 시설이 무너졌고, 이러한 시설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은 당연히 이스탄불과 앙카라와 같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기에, 재빨리 구조대원이 비행기를 타고 해당 구조 지역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이스탄불의 눈폭풍으로 비행 편이 결항되었고, 이를 위해 다시 육로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지난 며칠 간의 눈은 튀르키예에겐 정말로 아무 쓸모없는, 하늘에서 보내는 쓰레기와 같은 것이었다.
만약 내가 이스탄불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터키어를 배우지 않았거나 현지 뉴스 보지 않는다면, 현지 상황을 제대로 알기 힘들고, 자신의 주변에 터키인이 없다면 이러한 정보는 더욱 생소할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영어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더라도, 우리 손으로 튀르키예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바로 언어라는 장벽이 그것이다.
혹시나 언어의 장벽에 갇혀서, 때론 구# 번역 앱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을 생각해서, 지금 현재 튀르키예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이 지진 지역인 'Kahramanmaraş'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안내해서 알리고자 한다.
방법 1. 튀르키예의 크즈래이(Kızılay)
한국의 적십자와 같은 기관이다. 가끔 빨간 초승달 마크가 있는 차를 볼 수 있을 텐데, 이 차는 대부분 헌혈을 유도하는 자동차이다. 지금 현재 지진(deprem ; 데프렘)과 관련된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검색창에 'Deprem Bagis Kampanyasi'를 치거나 휴대폰의 문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문자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https://www.turkiye.gov.tr/turk-kizilay-deprem-bagis-kampanyasi
방법 2. 미그#스 등 대형 슈퍼 배달 앱의 주문
현재 미그#스는 소비자가 기부를 목적으로 구호물품을 구매하면, 튀르키예 지진 지역에 바로 배달을 할 수 있도록 앱을 통하여 지원하고 있다. 미그#스를 평소 이용한다면 이는 더욱 손쉬운 접근일 것이다. (검은색 배너를 누르고, 배달 지역을 기부로 “Bağış Yapacağım” 선택하고, 기부기관을 AFAD으로 선택하시면 된다.)
방법 3. 집 근처 문화 센터(Kültür Merkezi) 통한 직접 기부
집 근처에 문화 센터가 있다면 문화센터에서 직접 구호 물품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집에필요 없는 옷이나 장화, 부츠, 겨울 이불, 어린이 옷 등이 있다면 이 기부 방법은 더욱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현재 튀르키예 정부 차원에서 이재민들을 이스탄불, 앙카라, 안탈리아 등의 호텔의 협조를 얻어 임시 숙박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민의 숫자에 비해 튀르키예의 땅은 너무 넓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눈이 내리고 있다.
과연 이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과연 한국어로 된 내 글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늘 투덜대며 이스탄불 속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이 추운 겨울, 뉴스 속 8살 zübeyde의 구조 모습을 보며 부족한 글을 성급히 적어본다.튀르키예에 살고 있지만 터키어를 몰라서 그들을 도울 수 없는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 도움이 또 다른 누군가를 다시 살릴 수 있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