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
"이에 재판정은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피고 구철호. 무죄!"
판사의 냉정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재판정 안을 가득 메웠다. 아주 짧은 순간 재판정 내부에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이어 피고인석에서는 환호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방청석 뒤편에 앉아 있던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이 서로 얼싸안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반면, 원고 측 방청석에 앉아 있던 여성들의 얼굴에는 충격과 좌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검사석 옆에 앉아있는 소영에게 시선이 몰렸다.
선고를 마친 판사들은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법복의 매무새를 정리한 후 양 옆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얼굴은 방금 벌어진 일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이 담담한 모습이었다.
재판장이 사라지자 박성훈 변호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슈트를 아래로 당겨 주름을 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바로 돌아서 피고인 구철호의 손을 잡았다. 구철호는 마치 신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한 채 양손으로 박성훈의 손을 움켜쥐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뭔 별말씀을... 구 선생님께서 저를 믿어주신 덕분입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변호사님은 제게 은인이십니다."
"하하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박성훈 변호사는 깊숙이 허리를 구부린 구철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럼 약속하신 성공보수... 바로 좀 부탁합니다."
"그럼요. 물론이지요. 제가 나가자마자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변호사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까지도 허리를 숙인 구철호는 박성훈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박성훈은 그런 구철호를 보며 옅은 미소를 유지한 채 건너편 원고석을 쳐다봤다.
원고석에서는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검사 한 명과 소영만 남아 있었다. 패자의 쓰림을 감추려는 듯 검사는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소영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책상 위 서류가 밀려 소영의 무릎 위에 떨여졌지만, 검사는 그것을 그냥 둔 채 가방에 나머지 서류를 챙겨 넣었다.
소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책상 모서리를 짚고 간신히 버텼다. 무릎 위에 있던 서류들이 바닥으로 흘렀다. 그제야 검사는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 소영은 검사복 소매를 잡고 울부짖었다.
"검사님... 검사님! 분명 아무 문제없다고 하셨잖아요. 100% 제가 이긴다면서요? 제 말 모두 진실인 거 아시잖아요. 다 믿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제 잘못이라니요. 제가 무슨 잘못이라는 거예요?"
검사는 아무 말 없이 소매를 홱 잡아챘다. 그리고 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이럴 줄 몰랐습니다. 최선을 다 한 거라고요. 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죄송하지만 더 이상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두세요."
검사는 그대로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소영은 원고석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법적 직원이 소영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만, 정리할 시간이라 나가주셔야 합니다."
소영은 그 얘기가 너무 원망스럽게 들렸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닌데... 끝난 게 아니라고.
"괜찮으세요?"
소영이 반응 없이 멍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자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청석에서도 하나 둘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그녀는 천천히 출구 쪽으로 발을 옮겼다. 아무도 그녀를 위로하지도, 부축하지도 않았다. 이 커다란 법정 안에 그녀 혼자만 남았다.
그녀가 문을 나서자 문이 조용히 닫혔다. 복도에는 박성훈과 구철호 그리고 구철호의 가족들이 웃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그들 앞을 지나쳐 갔다.
"너... 이 썅년아. 넌 이제 끝났어.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네가 감히 나를 모함해? 네가 이길 줄 알았냐고? 내가 너 무고죄로 고소할 거야! 어디 너도 한번 고생해 봐! 어? 알았어? 알아들었냐고!"
그녀는 그 목소리를 뒤로하고 법원을 빠져나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얼굴에 쏟아졌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햇살이 강해 눈을 감아도 깜깜하지 않고 붉은 기운을 느꼈다.
'이제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난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야?'
법원 건물이 무척이나 차갑게 느껴졌다.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다니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들과 분리된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들의 세상은 그녀가 있는 세상과는 전혀 딴판이다. 세상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지만 그녀 혼자만 점점 땅 속으로 꺼져드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땅 속 깊은 곳까지 빠져들었다. 아스팔드 바닥이 다가왔다. 햇살에 달궈진 뜨거운 바닥이 느껴졌다. 주위가 시끄러워.
"저기요! 괜찮아요? 누가 119 좀 불러줘요. 저기요! 저기요!"
몸이 흔들렸다. 주변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냥 이대로 있고 싶어. 다시는 깨어나지 않고 그냥 이대로. 오히려 더 편해. 시야가 어두워졌다.
소영은 이틀 후 병원에서 퇴원했다. 의사는 최소 3일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녀가 입원해 있던 6인실에서 그녀를 향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견딜 수 없었다.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세상이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듯한 시선을 벗어날 수가 없어 아얘 외부 출입을 끊어버렸다. 습관처럼 접속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온통 그녀를 향한 악플과 욕설, 조롱이 빼곡히 차 있었다. '꽃뱀', '돈에 환장한 년', '남자 하나 잡아서 돈 뜯어내려다 실패한 걸래'라는 문장들이 수천 개의 화살이 되어 그녀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그녀는 그런 비방을 처음에는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려 노력했다. 자신은 아무 잘못 없고 결백하니, 곧 사람들도 진실을 알게 되면 멈추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확대되어 갔다. 주변 사람들의 눈빛도 미묘하게 변했다. 힘들게 얻은 병가를 마치고 복귀한 사무실에서 그녀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위로와 안타까움의 표시는 물론 그들의 눈빛에는 멸시와 비웃음, 외면이 담겨 있었다.
며칠 뒤, 회사에 출근하자 인사팀에서 그녀를 호출했다. 그녀가 회의실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인사팀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영씨, 요즘 괜찮나?"
"네. 그럭저럭..."
"그게 사실 다름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소영씨 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회사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지..."
"네? 무슨...?"
"밖에서 보는 회사 이미지도 있고 해서 말인데... 당분간 좀 쉬는 것은 어떨까 해서... 내가 무급휴직으로 처리해 줄 테니까..."
인사팀장의 말투는 그녀를 배려한 것 같았지만, 소영이 바라본 그의 눈빛에는 무거운 부담감이 서려 있었다. 저 사람도 자기가 원해서 하는 말은 아닐 거야, 아마 위에서 시컨 것이겠지. 인사팀장은 말을 끝내고, 이만하면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회의실을 떠났다. 그녀는 인사팀장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벌벌 떨고 있었다.
눈에 물기가 맺혔다. 곧바로 쏟아질 듯했다. 그녀는 당당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방울이 점점 커져만 갔다.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야에 벽에 걸린 회의실 시계가 들어왔다. 시곗바늘이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고 다시 집으로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던 그동안의 삶이 생각났다.
똑딱. 똑딱. 똑딱.
시곗바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회의실 밖에서 들리던 사람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렇게 내쳐지는구나. 그녀는 그만 살고 싶어졌다.
인간이 원시시대부터 무리 지어 생활을 한 것은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 정서적 안정, 협동에서 나오는 효율성 등 모든 것이 심리적 건강과 행동에 커다란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 들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 중요한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 무리에서 쫓겨난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상처 입은 짐승이 무리에서 배척당하는 것처럼.
그녀는 그 길로 바로 회사를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하나. 내가 갈 곳이 있을까.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햇살이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뜨거웠다.
그날 이후 그녀의 모습은 점점 어두워졌다. 더 이상 이전처럼 환하게 웃을 수 없었고,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처음엔 위로해 주던 친구들도 연락이 점점 끊겼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그녀 옆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거리로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다. 마스크를 써도, 모자를 눌러써도 모든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다.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기대할 수도 없었다.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둠 속에서 웅크린 채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비 오는 밤, 소영은 어두운 방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침대 옆 작은 취침등 하나만이 겨우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불 위 휴대전화가 힘겹게 진동을 울리고 있었다.
화면에 전화번호가 바로 표시되는 것을 보아 모르는 사람인 듯했다. 소영은 진동을 무시했다. 잠시 후 다시 진동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 그 번호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가까스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소영씨.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누구...?"
"하하. 저 박성훈입니다. 변호사 박성훈."
휴대전화를 통해 술에 취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성훈! 그 이름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 무슨 일이시지요?"
"아니 뭐 그냥 잘 지내시나 해서..."
"어떨 것 같아요?"
"하하하..."
"볼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 솔직히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네요."
"그러시면 안 될 텐데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난번 제 의뢰인이셨던 구철호 씨께서 지난번 재판으로 인해 피해를 봤으니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청하는 것이 어떠냐고 저한테 물어보셨거든요."
"정신적 피해요? 그 사람이 무슨 피해를 받았다는 거예요. 정신적, 신체적 피해는 오히려 제 쪽이 받았어요."
"뭐, 판결이 그렇게 난 거니까... 제가 구철호 씨를 설득하면 그렇게까진 가지 않을 수도 있고... 뭐... 하하하."
"원하는 게 뭐예요?"
"듣기로는 그 판결 이후 좀 힘들어하신 다는 것 같았는데... 손해배상 건까지 처리되면 더 어려우실 듯해서요. 제가 좀 도와드릴 수도 있고요."
그녀는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입술을 다물었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빠졌다. 다른 손으로 바꿔 들고 말했다.
"더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 이미 죽고 싶을 만큼 힘드니까."
"에이 그런 생각하시면 안 되죠. 이번에 제가 소영씨를 도와드릴 테니..."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이번에 도와준다니. 소영은 너무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일 모래 저녁 10시, XX호텔 1407호로 와요. 거기서 얘기하죠. 내일 얘기한 결과에 따라서 소영씨가 별 일 없이 지낼 수도 있고, 아니면 뭐..."
"..."
"물론 싫으면 안 와도 돼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난 소영씨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기회를 잡는 것은 순전히 소영씨 몫이에요. 뭐 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사는 것은 결코 그렇지 않거든요."
"생각해 볼게요."
"그래요. 생각 잘해봐요. 내일 기대할게요."
전화를 끊자,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지도 못한 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이 뜨거워지고, 이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호텔 커피숍에 앉아 통화를 마친 박성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커피잔을 들어마셨다.
"미친년, 아직 살만한가 보네. 사람이 호의를 베풀면 잡을 줄도 알아야지. 얼굴만 반반한 게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그나저나 이거 빨리 풀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흐흐흐"
그는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움켜쥐고 몇 번 문질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녀 커플이 박성훈이 나간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허탈한 모습을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이 원장은 승호에게 기가 박히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사람은 양심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자기가 고통을 준 여인을 또 얼마나 힘들게 하려고..."
"원래 저런 사람이에요. 아주 악명이 높아요.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건은 의뢰인이 어떤 짓을 했더라도 모두 수임을 한다고 알려졌고, 이 원장님께 이런 말까지 하기는 좀 그렇지만 원고인이 여자인 경우 정신뿐만 아니라 몸까지 무너트린다고 하더라고요."
승호는 말을 이었다.
"원장님도 이젠 아셨을 거예요. 세상에는 이런 악마 같은 놈들이 끝도 없어요. 아니, 악마도 거부할 정도의 인간이에요. 이런 인간들은 편히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데 이 세상에는 놈들을 제재하지 못해요. 저들에게 법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차대서 의원, 최동섭 사장, 박성훈 그리고 드러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악마들. 저라도... 아니 우리라도 이들에게 응징을 해야 해요. 아무도 하지 않아요! 우리밖에 없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점점 힘이 들어가고 확신에 차 올랐다.
"그래도 전 아직 무서워요. 혹여 잘못되거나 경찰에서 알게 되는 날이면..."
"걱정 마세요.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원장님 게는 전혀 피해 가지 않게 제가 계획을 세울 겁니다.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는 완벽한 계획을... 저만 믿으세요. 이 원장님도 차 의원이 사라지고 나서 마음 편해지셨잖아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원장님처럼 힘든 고통을 겪고 있어요. 이들이 쉴 수 있게 해 줘야 해요."
목이 마른 듯 그는 커피를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도시의 베트맨이 되기로 했어요."
"네? 베트맨이요?"
이 원장은 살짝 웃었지만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커피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결심이 선 듯 흐음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
"좋아요. 그럼 이번엔 제가 어떤 일을 하면 되죠?"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캣우먼? 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