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이 다

불혹의 사춘기 15

by 딱따구루이
벤치에 있는 아이는 앉으려는 걸까요, 벤치에서 내려가려고 하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딱따구루이입니다.

추운 날씨에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독 눈 소식이 뜸한 것 같네요.


겨울을 좋아합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순간 주변이 고요해지는 느낌이 좋습니다.

두껍게 쌓인 눈에 벌러덩 누워 얼굴 위로 내리는 눈을 느끼는 순간이 좋습니다.

새벽 내내 눈이 내려 아침에 눈 떴을 때 온 세상에 하얀 여백이 생기는 게 좋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처음으로 밟는 게 좋습니다. 눈을 밟으며 나는 뽀드득 소리도요.

눈벽돌을 쌓아 아이를 위한 작은 이글루를 짓는 게 좋습니다. 이글루 안에 동그랗게 몸을 말아 작은 몸을 더 작게 만들어 들어가 있는 아이가 정말 귀엽습니다.

'하~'입김을 불면 몽글몽글 생기는 연기를 바라보며 아이와 까르르 웃을 수 있어 좋습니다.

손이 따뜻한 편이라 차가워진 아이손을 데울 수 있어 좋습니다. "엄마 손 참 따뜻하다."라는 아이의 말을 듣는 게 좋습니다.

코끝이 시려 손을 비벼 코를 덥히는 것도, 들숨에 폐까지 차가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후후 숨을 내뱉는 것도, 겨울이라는 게 느껴져서 좋습니다.

눈이 오면 눈덩이를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어렸을 적 눈이 오면 온종일 밖에 나가 혼자서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연례행사처럼 남편,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어릴 적 좋아했던 눈사람 만들기를 저희 아이들도 좋아해서 겨울이 더 좋아졌습니다.

겨울에 태어난 소중한 겨울아이들을 만난 겨울이 좋습니다.

따뜻한 차가 담긴 머그잔에 손을 녹이는 것도 좋습니다. 호호 바람을 불며 뜨끈한 코코아를 마시는 아이들을 보는 게 즐겁습니다.

불멍이 더욱 소중해지는 겨울의 차가움이 좋습니다.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 화목난로 위에 놓아둔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가 좋습니다. 아이들과 불쏘시개 할 나뭇가지를 줍는 게 좋습니다.

분식을 파는 트럭에서 따끈한 어묵국물을 종이컵에 따라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꼬치에 간장을 찍어 먹는 게 좋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붕어빵 한 봉지를 사서 "엄마는 슈크림이 맛있더라.", "나는 팥이 더 좋아.", "엄마는 머리부터 먹어, 꼬리부터 먹어?", "나는 지느러미!", "나는 머리가 좋은데, 반 잘라서 머리랑 꼬리랑 바꿔 먹을래?"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과 길을 걷는 게 좋습니다.


이상하게도 1월이 되면 아직 추운 겨울인데도 봄이 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봄은 시작의 계절이니 1월이 되어 새해가 시작되면 봄이 온 마냥 마음이 들떠서 그런 걸까요? 봄이 성큼 오기 전 제가 좋아하는 겨울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눈이 내렸으면 좋겠네요.

이번 주말에 눈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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