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권민경
이름을 몰라 손목에 튀어나온 부분
복숭아뼈도 아니고 손숭아뼈인가
궁금해하지 않고 평생을 살았다
시험은 대충 찍고 시험지 빈 곳에 88개 별자리 이름을 줄줄 적었지
추위에 떨었던 별자리 관찰
천문학자란 수포자에겐 화성 탐험보다 먼 희망이었으므로
나는 지금 당신에게 모스부호 같은 이 글을 보내고 있지
내가 아는 천문학자들을 나열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위인 얼굴 꽤 상투적인데
저기 맨 끝자리 라지의 얼굴은 왜 떠오르니
인간은 이상하지
자기에게 가장 가까운 뼈 이름도 모르고
자기 자신의 뼈 뼈처럼 부러지는 마음 같은 걸
모르면서
머나먼 우주를 꿈꾼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이 뼈 이름을 알까?
손숭아뼈 말고
나는 허둥지둥 설명하는 천문학박사 학위자가 된다
목성과 소행성 연구의 권위자 ○○박사님이십니다
저기요 저기 엄지 아래 볼록한 거기요
저곳에 오글오글 모인 별 보여?
플레이아데스와 좀생이별은 얼마나 어감이 다른지
그런 걸 연구하는 인간이 되어버렸잖아 천문학은 라지*에게 맡기고
우린 얼마나 더 어리석어야 할까?
나는 아직 내 몸을 생각하고
사람의 맘을 생각하고
닿지 못하는 것을 희구하는 건 매한가지
가끔 밤에 나가는 산책
나만 아는 별 이름 되뇐다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의 등장인물. 인도인 천문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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