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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경 Aug 17. 2023

백업 싱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백업 싱어

권민경





내 것이 맞습니까

잘난 얼굴로 춤을 추고 내려와

어두운 방에 갇힌     


목소리는 나를 부르고 당신을 부릅니다     


부르고 있는 것이 당신입니까 나입니까 

    

얼마나 많은 시간 한 방에 갇혀 있었습니까  

   

몸에서 살이 사라지고 뼈만 남는 동안

어디로 갔습니까 목소리가 목소리인 것은 맞습니까  

   

말 못 하는 사정

말 못 하는 계절들    

 

하지만 가장 눈 밝은     


어둠 속에선 시력이 퇴화합니까 맹수처럼 불을 켭니까

우리는 시간을 살고 있습니까

공간은 나의 편입니까  

   

모든 추상이 밤에 옵니다 노래가 되어

잠결에 들리고

베개맡에 머뭅니다    

 

꿈이란 허망

꿈 수로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있다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모으면 그것은 행운의 노래입니까 불운의 노래입니까     


사랑을 사랑을 노래하고

불행과 실연을 노래하고     


일산과 강남 사이를 오가며     


새벽

대로를 울리는 취객의 소리   

  

그건 삶의 사이렌입니까 아니면

단말마입니까 

    

듣고 말하고 부르기

혹은 듣지 못하여 말하지 못하고 부르지도 못하지만    

 

뚱뚱한 우리의 영혼

그것은 공평한

노래

주인공보다 더 가슴을 때리기도 하는

조연들   

  

인기인이 무명이 되는 시간 동안

자꾸 남의 뒤를 붙어 따라오는

그림자  

   

나는 오늘 영혼을 갖고 있는 모양     


돌리거나 높이거나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자꾸 시가 아닌 시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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