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권민경
표류하던 동안 나는 참회했어요
육지와 바다를 오간 일에 대해
조개껍데기를 바순 일에 대해
천 년 후가 예고된 삶에 대해
만 년 전의 가출에 대해
밀물과 썰물이 오가고 기억은 자꾸 되풀이됩니다
가사가 기억나지 않는 노래를 흥얼거려요 바닷물만큼 눈물 흘리면
파도가 조심스럽게 눈을 감겨줘요
까마득한 시절 집을 떠나던 날
끈적거리는 눈물을 흘리던 새들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고
눈동자엔 금이 가고
잘못 이어 붙인 필름 깜짝 나타나는 풍경
은 찢어진 모자를 쓰고 있어요
자꾸 눈을 깜빡거리고 태엽은 빠르게 풀려요
아기들이 눈 뜨고 잠영할 때
지구의 배꼽 끊임없이 모래를 뿜어내요
날 먹어 치운 태양이 긴
트림하길 바랐고 새가 되어 쏘아지고 싶었죠
하지만 예고되어 있던 삶은 아직이고
다시 오래전 나로 흘러가요
표류하던 동안 나는 참회했죠
천 년 전의 예고된 삶에 대해
만 년 후의 웃음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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