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권민경
내가 연명하는 동안 늘어나는 무덤 아파트의 창문 납골당의 작은 문
사람들이 거기에 살고 있어 거기 들어 있어
언니는 무쓸모 안에 소중한 것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부장품 된 안경
빛이 반사되어 눈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안심하고 잠이 든다
언니는 나를 정성껏 장사 지내줄 것이며 묻어줄 것이며 불태울 것이며 훨훨 날릴 것이다
연속해서 찾아오는 기일들 사이
내 자리를 찜해놓고 마음 든든
언니라는 믿음
언니라는 연민
언니라는 부채
모든 언니적 속성
언니는 투명하게 우리를 비추며
자꾸 늘어난다
물가에 서서 자신의 얼굴 내려다보는
언니 장례지도사
자격증도 따고 휴일에도 쉬지 않는
쉴 수 없는 삶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건 아쉽다 육개장 한 그릇만큼
명절에도 죽어 나가는 사람들 사이
술잔에 비친 그림잘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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