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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경 Aug 17. 2023

동병쌍년

기발표

동병쌍년   

권민경




            

반하는 계기는 랜덤이지만 정신 차렸을 땐 이미 한참 한심해졌고     


내가 그리는 숲엔 많은 나무. 자살로 유명한 숲은 일본에 있다. 

내 숲은 자꾸 잃어버리고 발견하는 곳.

거기서 찾은 건 오래된 유물이야.

청동 어쩌고 거울, 황동 어쩌고 반지 같은 거야. 어느 시절엔 아름답고 소중했을 

빈티지.

멋쟁이의 잇템.    

 

저 새 봐. 내가 분실한 과거로 치장했다.

이왕 잃어버린 것, 누가 잘 썼으면. 킁킁 냄새 맡고 요건 좀 쓸만하겄다, 여기길. 오소리, 오소리가 물어가길.     

뭐야 그거 이상해

라는 말 들을 게 뻔하다.     

병원은 오리역에 있다. 나를 빤히 들여다보는 의사가 좋다. 나는 진단한다. 중년을 넘어도 환자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음. 진지한 동시에 낄낄거림. 직업에 재미를 느낌 - 그 어려운 일을.     


네가 고통스러웠다는 건 네 고백을 통해 안다.

내가 고통스러웠다는 것도 늘 고백하지만

구질해서 그만하려는데 잘 안 돼.   

  

자도 자도 졸리면 더 자야한다고 누가 그랬다. 잠 뿌리를 빼야 한다고. 

나는 피지처럼 생긴 잠을 상상한다.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뿌리. 마음에 둔 일도 그렇게 구부러진 모양.     


오리역 근처엔 수많은 오동나무. 옛날 일이지만.     


잠과 마음이 그늘에서 자란다.

빠지지 않은 뿌리 있다.

태양 같은 사람이 좋다지만 나도 모르게 

고통스러운 사랑을 하는 원인.

독버섯.

네가 목맸던 나무는 어느 숲에 있나.     

혹시…엉뚱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못된 너 때문에 깨어있다. 그러니

나 말고 너,

너는 쌍년에 반하지 마. 같은 병에 동하지 마.

동정심 없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사귀어본다.

손차양 

그늘 속.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민음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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