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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경 Aug 17. 2023

돔구장의 콘서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돔구장의 콘서트   

권민경




            

엄마 아빠는 일하면서 라디오를 들었다.

소리, 시간, 불과 물과 시끄러운 기름,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짜장면집 주방 문간에 기대어 내가 부르던 노래.  

   

소란 속에서야 진정한 고독을 느낄 수 있다. 

국민학교 1학년.

‘다시는 울지 않겠다’란 가사.

용필 형님.

어떻게 해야 울지 않을 수 있나.

절대 불가능을 선언하는 가사에 가슴이 메이다.

국민학교 1학년.

멜랑꼴리는 누가 물려준 유전인가, 버려둔 유적인가.

부서진 짜장면집을 헤매다 고대 문자를 발견한다.

미래엔 새 문명이 들어섰다.

해독 불가.

보물인지 괴물인지가 지정된 장소에, 기다릴 것인데.

알지? 거기가 여기는 아니다.     


세상이 우리를 괴로움에 몰아넣어.

내 것이 아닌 고통이 전이되고 자주 내 몸이 나를 공격하네.

그러니까, 누가 물려준 SHIT인가.

줄줄이 같은 병으로 죽은 조상들은 자신의 병명도 몰랐을 것.

모르는 게 나은 경우가 더 많다.

이어지는 암의 연대기는 내 대에서 끝난다.

대들보 아래에 지도를 묻었다.

해석되지 않는 말.

한발 앞선 유행어.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노래한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

태어나지 않아서, 영원한 우상.

도래할 수 없는 것이 도래하는 날, 괴물과 보물이 동시에. 깨어난다.     

미래. 미래. 미래.

세 번 말하는 것은 버릇이니 토 달지 말 것.

초현실적인 미래, 미래, 미라이.

흥미롭지만 결국 엉터리일 것.

싸구려 공상과학 잡지같이, 조악한 그림이 미래.

섣부른 예언이다.     


6공화국의 시작.

나는 너무 어렸고 소중한 시절을 보냈다.

무너진 짜장면집.

바퀴벌레들은 잘 탈출했을까?

지금도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집에서 산다.

미래. 미래. 더 퓨처.

그건 백지라기보다, 먹지다.     


아무 말이나 갈겨쓰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훨씬 더 먼 미래, 미래, 미래의 연약한 몸에 새겨지네.

꼭 닮은 병과 유사한 슬픔.

유적지에서 발견된 고대 동전을 쥐고 달려간다.

엄마 백 원만. 엄마 오십 원만.     


50주년 콘서트.

많은 것이 묻혀있는 내 몸 위에서 열린다.

우천 중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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