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작생활 신맛
직장인이라고 모두가 월급날을 즐거워하지는 않습니다. 월급날이 제일 바쁘고 두려운 사람들이 있죠. 월급을 산정하는 담당자들이 그렇고, 부서로 보면 인사팀이 특히 그렇습니다.
직장의 궁극적인 목적인 급여는 내가 직장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보상입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돈 수억, 수십억보다 내 월급에서 1만 원, 10만 원이 비는 것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오죠. 당연합니다. 그래서 관련 업무 담당자는 딱 그만큼 괴롭습니다. 월급날이 되면 시큼한 맛을 많이 봅니다.
제가 최종적인 급여를 산정하지는 않지만, 인사팀의 거의 모든 업무는 급여로 향합니다. 급여 항목 하나하나에 인사팀 직원들의 업무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급여날 인사팀은 그야말로 전쟁통입니다.
'제 월급이 이상해요.'
'저 저번달이랑 똑같이 근무했는데 왜 차이가 나죠?.'
'저랑 같이 일했던 000 씨 급여가 왜 저보다 많죠?'
'확인해 주세요!'
'확인해 주세요!'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급여 산정에는 대부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유무를 떠나 확인의 절차와 과정에서 담당자가 좋은 말을 듣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문의를 한 직원이 완전히 이해를 했다면 '알았다'로 끝이 나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네가 내 돈 빼먹었지!'로 몰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대부분의 부서 업무가 급여와 조금씩 연관성이 있습니다. 기획부서에 있을 때도 관련이 높았죠. 하지만 일선에서 부딪히는 민원은 강도가 다르긴 합니다. 민원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늘 같은 공간에 있다는 면에서 내부민원이 더 강력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가적으로 인사제도가 참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은 만큼 육아 관련 제도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최저임금 등도 매번 이슈가 되죠. 최근에는 군복무기간의 기준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오늘부터 시행하자!' 외친다고 그냥 뚝딱 시작되는 게 아닙니다. 시행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수많은 사례와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 민감한 업무가 되어 관련 담당자들의 진땀으로 승화됩니다.
이 글에선 인사팀의 사례를 표현했지만, 직장생활 중 대부분의 업무가 비슷합니다. 새로운 법, 제도, 지침, 계약 등은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모든 업무에 변화를 줍니다. 그럼 이런 변화를 문제없이, 적법하게, 늦지 않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민과 결정을 반복하게 되죠.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기본이고, 일머리가 착착 돌아가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다시 급여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슬슬 두려워지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굉장히 여러 번 확인했거든요. 지난 글에도 적었지만 우리는 프로입니다. 돈을 받는 만큼 할 일은 해야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할 일'이 반드시 업무여야 한다는 겁니다.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얼굴 붉힐 상황을 만나야 하는 게 주어진 할 일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일을 존중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를 한다면 훨씬 좋은 직장생활이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모두 급여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