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신맛
[지난주 이사로 연재가 하루 늦어졌습니다. 기다려주신 독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저는 이직이 많았던 만큼 동기도 많습니다. 동기는 힘든 직장생활에 큰 위안이 되는 존재입니다.
'어? 얘도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
우정은 공감 속에서 자라난다고 하죠. 나만 겪는 줄 알았던 고생을 나눌 수 있는 동기들은 참 소중합니다. 동기들이 없다면 입사와 동시에 퇴사하는 비율이 훨씬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동기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사이가 좋았던 동기들은 특히 그렇지요. 하지만 지금의 직장을 떠나서 승승장구하는 걸 본다면?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퇴사한 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면? 이건 약간 시큼한 맛이 납니다.
기억나는 몇몇이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 동갑이기도 했던 동기 하나는 성격도 좋고 학벌도 참 좋았습니다. 이런 친구가 동기라는 점도 뿌듯했죠. 퇴사 순서는 제가 먼저였네요. 제가 퇴사한다고 했을 때 참 아쉬워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몇 년 전 연락해 보니 자기도 퇴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약사가 되어있었습니다.
정확히 그땐 약대생이었습니다. 실습을 다니고 있다고 했는데, 그토록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간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지 가늠할 수 없지만 결과물이 좋은 만큼 당장 나도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가정이 떠올랐고, 이래저래 핑계를 붙이면서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죠.
또 하나의 사례는 현 직장입니다. 일도 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평판도 아주 좋았던 한 동기가 몇 년 전에 퇴사를 했습니다. 목표는 앞서 말씀드렸던 동기와 비슷합니다. 로스쿨을 나와서 법조인이 되겠다는 것이었죠. 법대를 나온 그 동기는 주변 친구들이 변호사나 검사가 되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퇴사를 결정했죠.
그 동기가 이번에 로스쿨에 합격했습니다. 특히 본인이 원했던 대학에 합격한 것 같아서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얼마 전에 만나보니 직장에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듬직하고 당당해진 것 같습니다. 참 기쁘고 부럽고 시큼합니다. 나도 조금만 어렸으면 좀 더 내 꿈을 좇아봤을 텐데...... 이제 나는 여기서 끝나는 걸까......
사실 이런 생각은 평생토록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기고, 포기할 것들도 생깁니다.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제 삶도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늘 고민했고, 가능한 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말씀드렸던 두 동기는 모두 제가 부럽다고 했습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두 명이나 가진.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 된 제 모습이 그들에게는 또 다음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초부터 이사를 하고 나니 또 한 번 성장했다는 기분이 듭니다. 내 주변 모든 사람들과 서로 도움 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또 즐겁게 살아야겠습니다. 올 한 해 이제 겨우 열흘이 지났습니다. 모두 원하는 성장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