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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워커 Jan 01. 2024

아파도 출근하는 직장인

직장생활 매운맛

최근 몇 년, 큰 병에 왜 이렇게 자주 걸릴까요? 

평생 한 두 번 있었을까 싶었던 독감, 장염, 코로나, 눈병 등. 아차 하는 순간 정신 못 차릴 만큼 몸이 아파옵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몸이 약해진 것일까요?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요? 어찌 됐든 비실비실 비실이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땐 어땠나 생각해 봅니다. 감기에 걸려서 동네 내과의원에 갔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땐 소아과도 없었죠. 강력한 어른약을 먹었습니다. 쓰디쓴 가루약을 흰 종이로 싸서 줬었는데요. 숟가락 위에서 물에 풀어 먹었습니다. 새끼손가락으로 녹이던 엄마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형이랑 그림자밟기 놀이를 하다가 골목에서 교통사고가 났던 기억도 나네요. 수두도 겪었습니다. 돌아보니 저는 원래부터 비실이였군요.  


학창 시절에는 아프면 당연히 쉬는 날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지극정성이 시작되었죠. 걱정 없이 쉬면서 빨리 낫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고 보니 아프다고 마냥 쉴 수만은 없었습니다. 거의 모든 업무가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업무대행을 지정해 놓긴 하지만 그 사람도 자신의 업무는 있죠. 마냥 맡기면서 쉴 수는 없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낫거나, 아파도 출근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걱정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감기에 걸려서 기운이 없을 때면 연차나 반차를 꼭 씁니다. 사실 조금만 피로해도 쉬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병들은 그렇게 잠깐 쉬어서는 도통 낫지를 않습니다. 코로나, 독감, 장염 등은 1주일이 넘어도 쉽사리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럼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합니다. 

열이 나고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엑셀을 쳐다봐야 하는 순간이면 직장생활의 매운맛을 잔뜩 느낍니다. 재작년 예산을 짤 때가 생각이 나는데요. 예산편성은 시간이 정해져 있는 대표적인 업무입니다. 기재부의 기한은 무조건 지켜야 하죠. 한창 업무에 매진하던 그 시기 몸이 이상함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먹고, 열이 오르면 또 해열제를 먹었습니다. 처음엔 코로나다 싶어서 검사를 했는데요. 음성이었습니다.  


일을 하다 머리가 너무 아프면 반차를 쓰고, 다시 출근을 하고 또 반차를 쓰고 했습니다.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독감검사를 하겠다고 하니 지금 열이 없으니 독감은 아니라고, 그냥 감기약을 처방해 줬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간 고통 속에서 근무했습니다. 머리가 아프니 일은 더 꼬이는 것 같고,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이건 분명히 이상징후다 싶어, 큰 병원으로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진단명은 A형 독감이었습니다. 


독감이 아니라고 얘기했던 그 이비인후과도 괘씸했지만, 이토록 아픈대도 마냥 일을 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고 꽉 막힌 출근길에서 운전하던 그 심정. 밤새 기침하면서도 내일 업무에 더 신경이 쓰였던 그 심정. 독감에 걸린 채 거의 2주간 사투를 벌이면서 직장업무를 해온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미련하고 미련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지난 글에도 얘기했지만 전 연차를 거의 남기지 않습니다.(05화 아이와의 시간은 늘 부족해! (brunch.co.kr))자식과 관련된 일에 주로 쓰지만 저의 컨디션 조절에도 아낌없이 쓰고 있습니다. 살아가면 갈수록 느끼지만 아프지 않은 게 최고이고 최선입니다. 모든 선택의 과정에서 건강을 최우선으로 놓고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으로 2023년은 크게 아프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2024년 첫 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빌었습니다. '올 한 해도 모두들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청룡의 해가 떠올랐습니다. 다들 뜻하시는 바도 있고, 소원도 비셨을 텐데요. 혹시 건강을 말하지 못하셨다면 이 글을 통해 제가 대신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독자님들 올 한 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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