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하고 똑똑한 시기를 직장에 제공하게 되죠. 직장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글을 쓰지만, 빼앗기는 시간을 떠올리면 직장인이 잃는 게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첫째 아들은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고 둘째 딸은 유치원생이 됩니다. 그래서 요즘 유치원 졸업발표회나 유치원 입학설명회 등에 참석한다고 바쁩니다. 내년엔 입학식도 가야 하네요. 연말이다 보니 행사나 모임도 참 많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행사나 기념일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장이 떠오릅니다.
'잠깐, 그날은 중요한 업무가 있는 날이 아닌가?'.
'그때쯤이면 시즌일 것 같은데?'.
'내가 또 빠져도 되는 건가?'.
복잡하고 빡빡한 일정으로 마음이 답답해질 때면 자연스럽게 다음 생각이 이어집니다.
'내가 내 사업을 하면 이런 걱정 안 해도 될 텐데......'
전 가정에서의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2번의 이직동안 핵심으로 생각한 부분이 가족과 시간을 얼마나 더 많이 보낼 수 있는가였죠. 그런 면에서 지금의 직장은 만족스럽습니다. 공공기관은 복무에 있어서 사기업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면이 있습니다. 1년 동안 육아휴직도 사용했고, 올해도 1시간 단축근무를 신청하여 하루에 7시간 일을 합니다. 주변 아빠들보다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시간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시간에 대한 모자람과 아쉬움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월급을 받을 때마다 짠맛을 느끼는 것처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짠맛을 느낍니다. 내가 잃는 것에 비해 받는 것이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가끔 직장이나 회식에 조금 더 붙어 있으라는 압박을 받으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케줄 정리를 위해 중요도를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1순위 : 평생 한 번뿐인 가족 행사
2순위 : 반복되지만 중요한 가족 행사
3순위 : 아이와의 약속
적고 보니 더 분명 해지네요. 사실 인생에서의 중요성을 논할 때 직장은 순위에 없습니다.직장은 오로지 수단입니다. 제 행복의 목표는 직장에 있지 않습니다. 전 가족들과의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직장일은 가능한 한 빨리 끝냅니다. 최선을 다해 직장에 있는 시간을 줄입니다. 내 사업이라면 입맛대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겠지만, 직장인은 그럴 수 없죠. 내일 시간을 내려면 오늘 끝내야 하고, 오후에 시간을 내려면 오전에 일을 끝내야 합니다. 그래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일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의 제 상태는 짠맛 그 자체네요.
그리고 주변을 보면 자기 사업을 한다고 시간이 꼭 많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본인이 직접 일을 해야만 수익이 생기는 사업이라면 과연 마음 편하게 가족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사업이 번창하고 믿음직한 직원도 많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곳이 많아 보이진 않네요.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건물주라면 사정이 좀 나을까요? 주변에 사업을 하거나 전문직인 친구들을 봐도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겁니다.
결국 아이와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반대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습니다. 이래저래 핑계를 대면서 아이와의 시간을 줄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대체 어떤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걸까요? 꿈꾸는 미래가 '행복한 가정'이라면 직장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붓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아이와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당신의 행복은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됩니다.
이상 내년에 연차수당이 없는 이유(변명)를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와이프가 이해해 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