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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워커 Dec 11. 2023

월급 - 매달 느끼는 짠맛

직장생활 짠맛

제 이번 달 월급은 얼마인가요?


급여날 직전이면 인사팀 친한 동료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답을 들을 때마다 충격과 공포의 짠맛을 느낍니다. 매달 바뀔 것도 없는 월급인데 희한하게 놀람이 반복되네요. 지금 직장에서 벌써 8년이 되었는데, 이 짠맛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제 사회생활 첫 급여는 짜지 않았습니다(04화 대기업 초봉과 첫 꼰대 (brunch.co.kr)). 사회초년생에게는 나름 달달하게 느껴지는 월급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공공기관 혹은 공무원 급여는 확실히 짭니다. 아르바이트생 월급, 최저시급과 비교를 해야 하다니요...... 그냥 소금입니다. 첫 사회생활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었으면 지금의 반대방향으로 이직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 급여를 보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여유가 생기리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부담되는 고정비용들이 많지만 내 월급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중이 낮아질 테고, 가용자금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 믿었죠. 그야말로 완벽한 착오였습니다.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더니, 물가는 미친 듯이 올라가네요. 집값도 원리금도 늘어만 갑니다. 거기다 자녀 2명의 양육비는 실시간으로 늘어만 갑니다. 직접 키워보니 학원이란 곳에 안 보낼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아무리 마음먹어도 안 돼요. 맞벌이에 자녀가 둘이면 학원을 안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잘 먹는 건 좋지만 올라가는 식비도 충격적입니다. 1근이면 됐던 고기가 2근으로 늘어났습니다. 첫째 아들은 이미 와이프보다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외식 한 번이면 아무리 적어도 5만 원이네요.


늘어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수를 다 써보고 있습니다. 지역 할인카드는 꼬박꼬박 충전해서 사용합니다. 그 카드를 사용하면 사용실적이 중요한 순서로 카드를 꺼냅니다. 원리금 할인이 적용되는 카드가 당연히 먼저입니다. 몇 달 전에는 저와 와이프의 통신사도 알뜰폰으로 바꾸었습니다. 월정액 요금제도 몇 개 정리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월 십몇 만 원 정도 줄였습니다.



아니 이번달도 이것밖에 안 돼요?


의미 없는 질문과 답은 이번달에도 반복되었습니다. 월급 액수를 받아 들면 절약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짜도 너무 짜네요. 이렇게 살면 도저히 부자가 될 수 없겠다 싶습니다. 몇 년 전 대유행했던 '부의 추월차선'이 생각나네요. 부자가 되고 싶다면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귓가 맴돕니다.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월급에서 짠맛을 느낍니다. 회사는 태생이 착취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창출하는 가치 이상을 절대로 제공해주지 않습니다(17화 파이어족의 소멸을 보며 (brunch.co.kr)). 회사 몫을 떼놓고 주는 급여는 짤 수밖에 없죠.


이런 직장을 떠나지 않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개선책은 사실 몇 개 없습니다.


1. 직장생활에 더욱 매진하여 급여를 올린다.

2. 부업을 한다.

3. 돈은 포기하고 정신승리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정답이 보이시나요? 혹시 1번으로 생각하셨나요? 훌륭하십니다. 직장인으로서 당신의 멋진 성장을 기원하겠습니다. 전..... 3번으로 택했습니다...... 돈은 포기하고 정신승리로 넘어갔습니다...... 맥 빠진 결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꽤나 큰 고민을 거친 저의 결론입니다. 조금 포장하자면 성장보단 의미를 찾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지금 저는 행복하거든요. 가정은 너무 좋고, 직장생활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 제가 하는 취미들도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좋아서 도저히 이 생활을 떠나고 싶지가 않습니다. 지금도 저한테 총 한 발을 쏘고 가는 아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딸은 뽀뽀를 해주고 가네요. 세상 여한이 없습니다.


전 이렇게 다음 달에 또다시 짠맛을 느낄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은 월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래도 우리...... 내년에 조금은 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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