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단맛
직장의 단맛이라고 할 때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혹시 급여인가요? 급여도 달죠. 직장의 가장 기본적인 단맛은 급여가 맞습니다. 우리가 직장으로 가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급여의 단맛은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분들만 느낄 수 있습니다.
음식에서도 단맛은 역치가 금방 올라간다고 합니다. 지금 먹은 단맛보다 더 강하지 않다면 단맛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급여가 그렇습니다. 극초반의 직장인은 급여의 단맛을 느끼지만 한두 해만 지나도 그 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카드값이나 대출 원리금을 갚는 용도로 흘러갈 뿐이죠. 그때부턴 이맛도 저 맛도 아닙니다.
비슷한 의미로 성과급은 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성과급을 받는다? 아주 달죠. 큰 목돈이 아니라면 지를 수 없는 수많은 소비가 떠오릅니다. 생각만 해도 달달하네요. 하지만 내 예상보다 아주 적은 성과급이라면? 심지어 실적은 올랐는데 성과급이 줄었다면? 아 이건 쓰디씁니다. 오히려 돈을 뺏기는 느낌입니다. 회사가 도둑놈처럼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단맛은 무두절입니다. 무두절의 가장 강력한 점은 몰라도 알아도 달다는 것입니다. 당장 지난주를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전 요즘 업무적으로 한창 바쁩니다. 가장 주요한 업무인 예산편성의 시즌이기도 하고, 이외 다른 업무들도 많이 몰려있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일할 때 놓쳤던 부분들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부서장님이 시켰던 업무도 마무리하지 못했었네요. 떠오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점점 월요일이 두려워지죠. 이 정도가 되면 월요일 출근길이 천근만근입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겨우 출근했습니다. 긴장과 걱정을 담아 부서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갑니다. 저 코너만 지나면 부서장님 책상입니다. 인사와 동시에 업무 관련으로 부를 것만 같습니다. 시간이 슬로모션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늘 부서장님 책상 옆에 놓여있던 가방이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부서장님 자리도 비어있네요?
두근대는 마음으로 옆자리 동료에게 물어보니
갑작스러운 휴가시랍니다. 무두절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무두절이 찾아왔습니다. 긴장과 걱정이 사르르 녹는 게 느껴집니다. 걱정했던 문제들은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오늘 하루 여유롭게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일주일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점이 또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얘기를 나눠보니 저희 팀장님은 일요일 오후부터 부서장님의 휴가를 알았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본인은 일요일 저녁부터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고 하시네요. 세상에나. 괜히 조금 억울합니다. 진작 알려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낍니다. 무두절은 몰라도 좋고, 알아도 좋은 게 확실합니다. 이렇게 완벽한 단맛이 직장에도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무두절에서의 두목이 꼭 직속상사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불편하고 껄끄러운 상사면 그 누구라도 두목에 해당합니다. 그런 상사 한두 명만 없어도 업무부담감은 엄청 내려갑니다. 만약 내 위의 모든 상사가 없다면? 이건 진정한 무두절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그날은 꿀만 빨다 가는 겁니다.
그럼 직장생활이 길어지고 진급을 하면서 두목이 줄고 무두절이 늘어나느냐? 십수 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지켜본 결과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위로 갈수록 두목의 수는 줄어들지만 그에 비례하여 두목들과 더욱 밀접하게 지내야 합니다. 업무 범위가 넓어진 만큼 연락도 많아지고 만남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가지 않는 이상 누구에게나 두목은 있고, 마찬가지로 무두절도 있습니다.
다음 주에도 단맛에 대해 적을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직장의 단맛은 무엇인가요? 여러분만의 직장 꿀맛 포인트가 있으신지 궁급합니다.
과연 이번 주는 무두절이 있을까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저를 포함하여)께 무두절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