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준비하다 일이 생겨 9월로 미뤘다. 바다가 이어지면 서해건 동해건 태평양과 대서양 어디든 다 맞닿는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대로 제주도 바다에 몸을 담그면 내가 하와이나 동남아 어디쯤 와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에게 여름의 제주는 허락되지 않는 모양이라고 포기했었다. 고마운 친구에게 내년에 내가 돈 모아 너를 여행에 데려가겠노라 큰소리쳤는데 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한 달 살기 할까 하는데 왔다 가라고. 늘 큰 소리부터 치는 나와 다르게 체계적이고 마음 씀씀이 따뜻한 오랜 벗이다. 그럼에도 나는 또 고민했다. 래시가드를 넣어 갈까 말까. 아직은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기대감 같은 것으로.
나는 부러 여름휴가를 성수기가 지나서 다녔다. 그래도 8월 말까지 덥다는 걸 나는 일찍이 알았다. 바다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혹시 몰라 SNS에서 알게 된 제주의 인친들에게 그곳 날씨를 자꾸 체크한다. 아직은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으로 짐을 싸는데 또 물놀이 관련 짐이 늘어난다. 스노클링도 하고 싶지만 함께 하는 친구는 물에 못 들어가니 혼자 첨벙거릴 정도로만 놀 준비 완료. 오랜만에 꺼낸 큰 캐리어의 비번을 잊어버려 씨름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내고, 이것저것 챙기다 나도 모르게 캐리어 앞에서 쭈그리고 졸고 있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이건 할머니들의 타령이 아니다. 명언 아니 잠언 같은 거다. 놀 나이가 따로 있다. 어느 날인가 담이 들어 정형외과에 누워 물리치료를 받는 나에게 주위의 할머니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이봐, 젊은이. 노는 것도 때가 있어. 뭐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다 거짓말이야. 젊어서 고생은 늘어서 골병이야.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이 말이 진리야. 우리 봐. 젊어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맨날 병원만 다녀.
ㅋㅋ
우스갯소리 속에 또 받아들일만한 것들이 숨어 있었다.
그 후로 나는 관절을 아끼려고 많이 노력했다. 젊은 나이지만. 그런데 가장 큰 적은 체중이다. 아무리 몸을 아낀 들 무거운 몸처럼 관절에 무리를 주는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