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_ 푸코가 두부에게 들려주는 바깥세상
두 : 푸코야, 주인이랑 나가서 뭐해?
푸 : 글쎄, 다른 친구들 냄새도 맡구, 꽃도 보구, 쉬야도 하고 그래.
두 : 오늘은 뭐 봤어?
푸 : 오늘은 연못 다녀왔어. 아 친구들이 돌이랑 나무에 왔다 갔다고 써놨길래, 답장하느라 좀 바빴어. 처음 보는 애들도 요새는 나무 같은데 써놓더라. 먹을 때 빼고 쪽지에 답장할 때가 제일 좋아. 가끔 주인이 원래 가던데 말고 딴 길로 가면 궁금해 죽겠어. 애들이 뭐라고 써놨을지.
두 : 우와, 친구도 만나? 너 조용해 보였는데 인싸구나.
푸 : 아니. 가끔 스치듯이 만나는 애들도 있는데 요새는 거의 쪽지만 주고받고 있어. '이거 내 땅. 김푸코 왔다감.' 이렇게.
두 : 또? 그냥 쪽지만 주고받았어?
푸 : 아아아, 연못에 엄청 큰 꽃 폈다! 진짜진짜 왕왕 커. 정확히 색깔은 모르겠는데 엄청 커서 그런가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더라. 그리고 잎도 왕왕 커. 그리고 물에 동동 떠있어.
두 : 너 물 좋아해? 난 물에 젖는 거 싫어.
푸 : 아 나도 보는 거 더 좋아해. 암튼 비 온 후라 연못에 물도 많고, 꽃도 짱짱 많았어. 아 그런데 갑자기 엄청나게 낯선 냄새가 나는 거야. 완전 처음 보는 냄새였다? 가끔 산으로 산책 다닐 때 냄새가 나긴 했었는데, 그렇게 진하게 나는 건 처음이였어. 그래서 내가 막 신나서 난리 쳤지.
두 : 주인이 아무 말도 안 했어?
푸 : 그런 거 생각할 틈이 없었다니까? 진짜 처음 맡는 찐득한 냄새였어. 너무 신나서 막 빙글빙글 돌고 주인한테도 말했거든? 근데 바보같이 못 알아듣더라. 근데 뭐가 나타났는지 알아?
두 : 뭐가 있긴 있었어?
푸 : 너랑 나랑 여지껏 본 적 없는 거였어. (푸코와 내가 본 것은 고라니였다..)
두 : 우와 인사해보지!
푸 : 허겁지겁 도망가버렸어. 다음에 보면 인사할게.
두 : 그래. 그리고 또 뭐 봤어?
푸 : 아, 너랑 비슷한 애들 많이 봤어. 너랑 비슷하게 생겼던데, 내가 인사하려고 하니까 도망갔어. 아마 나는 싫어해도 너는 좋아할걸? 나랑 비슷한 애들은 나 보면 막 달려오는데, 너랑 비슷한 애들은 나 보면 막 도망가더라. 쫌 속상함!
두 : 아, 원래 다들 좀 조심하는 편이라 그래. 나도 너랑 얘기하는데 시간 좀 걸렸잖아. 너, 나같이 성격 좋은 고양이 보기 힘들다니까? 나도 한 번 만나보고 싶긴 하다. 누가 내 영역에 들어오는 거 싫긴 한데, 그래도 다른 애들은 어떻게 사나 좀 궁금하기도 해.
푸 : 가족 같았어. 비슷하게 생겼더라고! 다들 나는 냄새도 비슷하고.
두 : 와, 좋았겠다.
푸 : 가족 하니까 생각났는데 어떤 할머니 두 분이 걸어가는 것도 봤어. 산책하러 가면 사람들 엄청 많이 만나거든? 할머니들은 보통 나 되게 예뻐해 주신다? 두 분이 나한테 인사해주고 같이 가셨어. 나랑 주인 같아. 둘 중에 누가 강아지일까?
두 : 바보야. 개랑 사람이랑 어떻게 친구 하냐.
푸 : 그런가? 무튼 그래서 나랑 주인도 뒤 종종 쫓아가는데 주인이 갑자기 멈추더라.
두 : 왜? 너가 똥 싼 거 아니야?
푸 : 아니야. 주인이 좋아하는 꽃이 있었나 봐. 멈춰서 사진을 엄청 찍더라고. 그래서 나도 한 장 찍어달라 했어. 사실 이거 비밀인데 주인이 사진 찍으면 간식 준다. 그래서 나 가끔 간식 먹고 싶을 때 얌전히 사진 찍어. 이거 봐봐. 근데 이제 점점 공기가 차가워져서 그런지 꽃이 많이 떨어졌더라.
두 : 맞아. 요새 집에만 있는데도 확실히 공기가 차가워졌어. 넌 맨날 밖에 다니니까 확실히 알겠다.
푸 : 응응, 그리고 털이 바뀌어!
두 : 아, 너 요새 털 휘날리던데. 이제 두꺼운 털 나오는 건가?
푸 : 응응, 겨울 털로 바뀌어. 어쨌든 오늘 산책 길이야. 맨날 갈 때마다 신기한 거 짱 많아. 산책 너무 좋아! 두부 넌 왜 산책 안 해?
두 : 나는 움직이는 거 귀찮아. 내 구역 안에서 그냥 멀찍이 보는 게 좋더라고. 그리고 너가 가끔 이렇게 얘기해주니까 괜찮아. 나 이제 자러 간다~ 너도 졸려 보인다. 얼른 자. 얘기들려줘서 고마워.
푸 : 웅 잘 자. 내일 또 갔다 와서 얘기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