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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Oct 20. 2022

중형견의 비애

이도 저도 아닌 나의 강아지

푸코는 애매한 개다.


시바라고 하기엔 주둥이가 길고, 진돗개라고 하기엔 늘씬하기보다 몸이 짱짱하다.

소형견이라고 하기엔 꽤 크고, 대형견이라고 하기엔 하찮을 만큼 작다.

강아지 옷을 구입하거나, 반려동물 동반 장소를 가거나, 하다못해 약을 구입할 때도 푸코는 늘 범위들의 경계에 있다.


그의 애매함이 유독 도드라질 때는 이동할 때인 것 같다. 매번 개인차량으로 이동하면 좋겠지만, 장거리 같은 경우는 차보다 고속철도가 훨씬 좋은 데다 서울은 주차할 공간이 넉넉하지 않기에 대중교통이 훨씬 유용하다. 펫택시는 요금이 부담스럽고, 이용할 때마다 잡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간혹 지하철에서 만나는 작고 아담한 말티즈, 푸들 같은 친구들을 보면 귀여움 반 부러움 반으로 쳐다보곤 한다.


뉴욕 지하철 부러워ㅜ...


물론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동장에 넣으면 된다! 

하지만 푸코의 켄넬은 중대형견용이라 아주 무거워서 이동장이라고 해도 절대 양손으로만 '이동'할 수는 없다. 푸코를 철제 켄넬을 들고 대중교통을 타는 일은 혼자서 절대 불가능하다.(한 25kg은 되지 않을까?) 전에 빈 켄넬만 들고 서울역까지 지하철을 탄 적이 있었는데 등에서 땀이 줄줄 흘렀던 쓰린 추억이 있다. 거기에 사람들의 궁금증을 한껏 실은 시선 덕에 땀이 두 배로 흠뻑 났다.


다시 돌아와서, 반려인이 꾸준한 웨이트 운동을 한 덕에 25kg쯤은 1시간 정도 들고 다닐 수 있다고 하자. 사실 아직 우리나라 분위기는 중대형견들한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심지어 반려동물 동반 장소임에도 '10kg 미만 입장 가능'이라는 조건이 걸려있다. 살을 빼면 9.6kg, 살이 찌면 11kg인 푸코는 날씬한 기간에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고 운동량은 적어져서 인지 매번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신기록을 갱신하는 녀석을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여전히 좋은 선택은 아니다.


스카 옆에선 초소형견


근래에 들어 나이가 든 푸코의 눈이 나빠지면서 1~2시간이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도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지근거리의 공원는 다녀오지만 산책의 범위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강과 큰 공원이 가까이 있음에도 예전처럼 편하게 가는 일이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매번 차로 이동할 수도 없는 노릇.


MZ의 검색력으로 온갖 이동수단을 검색했다. 우리나라보다 중대형견을 많이 키우는 외국 사이트에 왠지 더 정보가 많을 것 같아 구글을 몇 날 며칠 뒤졌다. 자전거 부착용 캐리어부터 소위 개모차까지 이것저것을 뒤져봤지만 관부가세까지 합치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또 크기 분류표에 나온 대로 보자면 푸코는 역시나 M 사이즈의 끝자락과 L 사이즈의 맨 처음 사이였다. 비싸게 직구해왔는데 사이즈가 애매해 맞지 않으면 사자마자 당근마켓 행이거나,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며 다시 영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출처 : (좌) 버디라이더/ (우) 쇼피


결국 차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나 하며, 녀석의 시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이곳저곳 다니며 기억을 축적하고 싶은 마음은 커진다. 일할 때도 나오지 않는 과제집착력이 발휘되며 검색을 계속한다.


'개 이동' '대중교통 반려동물' '가벼운 이동장' ....



다음 화에 계속


브런치 푸코 두부 이야기 

인스타그램 @foucault.doo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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