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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샘 Nov 11. 2019

너는 꿈이 뭐야?

‘꿈’에 대해 처음 고민한 것은 남한에 와서 몇 년이 지난 후였다. 그전까지는 살아내는 게 버거워 꿈을 꾸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했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일용직으로 하루를 버티던 시기, 나는 거지같은 운명을 한탄하며 우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번개같이 강렬한 소리가 뇌리에 꽂혔다. 

‘너는 왜 벽을 밀겠다고 울고 앉았니? 문을 찾아야지. 네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봐.’ 

마음이 울부짖는 소리였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잘하는 게 있기나 한가?

하고 싶은 건 또 뭐지?


질문이 생소하고 낯설었다. 

‘좋아하는 거? 그건 내게 사치야. 잘하는 게 있기나 해?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웃기고 있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쩔 건데?’ 

내 속의 억눌린 자아가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처음의 강렬했던 소리를 쫓아야 한다는 본능이 머리를 쳐들었다. 

나는 살기 위해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언가?

잘하는 게 있는가?

하고 싶은 것은 무언가?

질문에 답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고 잠자기 전에도 고뇌했다. 질문을 찾기 위해 어린 시절 뛰놀던 동네에서부터 학교 교실에 앉았던 책상, 선생님의 칭찬과 엄마의 잔소리까지 샅샅이 뒤져보았다. 그런 끝에 이런 답에 도달했다.  


나는 혼자 조용히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하다.

여행 가고 싶다.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했구나. 맞다, 어린 시절 선생님이 '너는 커서 국어 선생님이 되라'고 했었지. 지루한 어느 수업시간엔가 소설책을 훔쳐보다가 칠판 위에 한글 자모를 띄어놓고 내가 원하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글자를 만들고 문장을 만드는 상상을 했었지. 풋사랑의 비밀을 간직한 일기를 엄마가 훔쳐본 날, 치욕스러움에 몸서리치면서 일기책을 태우던 날도 있었는데. 그래,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구나.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

나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어린 날의 꿈을 회상하며 나를 발견해 갔다.  


나는 아직 꿈이 없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엄마는 나이 40이 되어서야 꿈을 찾기 시작했어. 20살이면 이제 시작이야. 무엇이든 지금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봐. 열심히 하다 보면 꿈이 생길 거야. 그때 꿈을 향해 돌진하는 거야. 꿈이 생기면 에너지와 추진력도 따라오더라. 그때 너의 인생을 불태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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