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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샘 Nov 11. 2019

나를 먼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설령 눈 먼 사랑을 받는다 해도 외곡해 버렸다.


교회에 가면 이런 노래를 많이 부른다.


너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하고 가족과 이웃을 위한 기도도 한다.


어느 날 문득 이런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가 중요하고 가족과 이웃도 사랑해야 하지만 지금은 내 심령이 너무 가난하고 고달픕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나라와 이웃을 사랑한다는 말은 위선인 것 같습니다. 나를 먼저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의 기도를 들어주세요.”


그랬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주변 눈치 보는데 능숙했고 다른 이의 꿈과 비전을 이루는데 내 시간과 에너지를 끼어 맞추느라 고단했다. 경쟁사회에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 불안에 떨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시한 힘겨루기에 지쳐가고 있었다. 밖에서는 상사나 윗사람의 기분을 살피느라 피곤하고 집에 오면 자식에게 스트레스를 쏟아내는 못난 어미가 바로 나였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아무것도 아니어도 ‘나’인 나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기도를 마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아무것도 아니어도 나인 나를 처음으로 꼭 안아주었다. 순간 마음이 찡해지고 따뜻한 무언가가 나를 싸고돌았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진짜로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 신기했다.


그다음으로는 남에게 불러주던 축복의 노래를 나에게 해보았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나를 축복하고 사랑한다고 노래하는 순간 진짜로 내 마음이 축복받고 사랑받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말이 어색하고 낯간지러울 거라 여겼던 생각이 사라지고 말의 힘이 느껴졌다.

노래는 마음에 거는 주문처럼 집중하고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귀한 경험이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안아주는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비로써 다른 사람을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사랑을 요구하는 것은 구걸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주변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으며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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