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통해 얼굴 정도 아는 사람이 만나고 싶다고 전화를 해왔다. 약속 날짜와 장소, 시간이 정해지고 그곳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저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했으니 식사는 상대가 살 거고 나는 커피를 사면되겠다.’ 그날 내 지갑에는 커피 2잔 살 여유밖에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커피는 내가 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니야, 오늘은 내가 살게.’라며 가볍게 나를 밀어냈다. 순간 내 속에 있는 여러 감정들이 들쑥날쑥 요동을 쳤다.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 내가 가난해 보이나?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나? 감사하다는 인사치레를 하고 먼저 자리에 앉았다. 커피 외에 다른 걸 주문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아까와 달리 순간, 돈이 남았다는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헛웃음이 났다. 간사하기는...
그날, 나의 지갑이 두둑했다면 아마도 나는 상대의 선의를 오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커피 2잔 살 돈 밖에 없는 것에 불안했고 그런 내가 싫었다. 내가 나를 부정하는 순간 그도 나를 ‘가난하다’고 무시하지 않을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차별은 때로 자존감이 낮으면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