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내가 태어났을 당시 그 동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었다. 얼마 후 부모님께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사셨던 그곳에서 나오셔서 면사무소 소재지로 이사를 하셨기에 실제 내 기억에 그곳에 계속 살았던 적은 없으나, 걸어서도 갈 수 있었던 거리였기에 나를 귀여워해 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댁엘 수시로 드나들었으니 거의 살았다고도 볼 수 있다. 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50대가 살아온 여정과도 관련이 있다. 지금 꼰대 소리를 듣는 우리 세대는 아주 과장해서 풀어간다면 1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까지의 세상을 두루 살아보고 있다는 거다. 시대로 보면 1차 산업혁명은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8세기 저 먼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에 내가 태어났던 동네의 주변을 보면 변변히 산업이라 할 것도 없었으니, 일단 사는 방식으로는 산업혁명 전이라 볼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지금 나는 회사에 가면 책상 위에 나만이 사용하는 노트북이 한 대 놓여있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그렇다. 1인 1 PC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라떼는 말이야~~) 내가 입사 무렵에 우리 사무실에는 19명의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PC는 문서 작성용 단 한대였다. 그러니 그걸 사용할 줄 아는 사람도 한 명이었다. 손으로 문서를 작성해서 그분에게 드리면, 그분이 문서를 작성해 주셨다. 우리 사무실에서 가장 끗발 있는 분은 우리 과장님도 아니고 바로 그분이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서 나에게 할당된 PC를 지급받았다. 우리 입사 기수부터 PC를 지급한다는 취지였다. 이제 우리 사무실에는 PC가 두대가 되었다. 말은 나에게 지급된 PC였지만, 결국 공용이 되었다. 그게 우리 회사의 1인 1 PC의 시작이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PC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해서 전산교육이라 이름 붙여진 과정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였다. 당시의 우리 세대(와~ 그때 20대였다.^^)들은 이를 빠르게 흡수하였고, 우리 위에 계신 분들은 소위 독수리 타법 - 키보드를 검지 손가락으로만 치는 방식 - 이라 불리는 정도의 활용능력을 가지고 계셨다. 심지어는 PC를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간부 대상 전산교육의 경우 PC에 내장된 간단한 게임이 과정에 편성되기도 하였다.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1인 1 PC, 윈도, 인터넷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을 거쳐서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우리는 5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갖추었다.
현재의 50대는 이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갖추었다. 탁월한 PC 활용은 물론이고, 인터넷, SNS 등도 익숙하게 다루어 갈 줄 안다. 게다가 풍부한 인생 경험도 가지고 있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 사람 관계도 알고, 정치가 무엇인지도 안다. 부모세대가 살아오신 모습을 보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그동안 마셔댔던 술과 담배도 줄이거나 끊는다. 그러다 보니 쉽게 피로하지도 않다. 밤새워서 일해보는 건 30, 40대에 질리게 해 보았다. 그러니 웬만해선 지치지도 않는다. 업무? 수십 년을 해온 일이다. 내 분야의 업무에 한정한다면 나를 따라올 사람은 없다. 이제 마음만 청춘이면 작금의 50대들은 거의 완벽하다.
20세기 중반에만 해도 50이 넘으면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손자 재롱 보면서 동네 원로에 진입했던 나이였다. 최근 50이면 이제 반 살았다는 소리들이 들린다.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고, 이런 속도라면 100세 시대는 조만간 - 어떤 분은 이미 와 있다고 한다. - 도래할 것이라 한다. 실감 나게 100세 시대가 몸에 와 닿지는 않으나, 잣대가 될 수 있는 평균 수명으로 보면 최소한 30년은 거뜬하다. 자신의 상태를 보아하니 평균보다 더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40년, 50년이 될 수도 있다. 그 이상은 무리라 생각되지만... 50대에서 술, 담배 끊고, 건강하게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치매 예방을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등등 관리를 해간다고 하면, 아주 건강하게 30년, 건강하게 10년, 비교적 건강하게 10년도 살 수 있다. 관리하면 관리의 50대 아니던가?
엊그제 서점엘 가 보았다. 50대 관련 책들이 눈이 띄었다. 몇 장 들추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려놓고 살자, 연금 잘 살펴보자, 건강하자, 취미 생활하자 등등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만 살 생각은 없다. 내려놓고 살자, 연금 살펴보자, 건강하자, 취미 생활하자, 일하자(추가). 이제서야 갖출 내공도 무기도 다 갖추었는데, 그 내공을 써먹지도 않고 벌써 내려놓기는 너무나 아깝다. 철 들고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세월과 같은 세월이 앞으로 남아 있는데, 것도 지난 세월엔 멋모르고 좌충우돌도 했었지만, 지금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내공이 쌓여 있으니 좌충우돌할 일도 없고 하니 앞으로의 이상적 시간은 지난날 보다도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는데 내려놓고 뭘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