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평택에는 배나무가 참 많았습니다.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도 흙길이 눈에 띄었고 소사벌은 논 가운데 앉아 개구리들의 합창을 안주 삼아 술 한 잔 기울이던 청춘들도 많았습니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배나무 거름을 묻어두어서 냄새가 진동했기에 일명 ‘똥골’이라고 불리던 비전1동 주변은 비만 오면 질퍽한 흙길을 걸어 다녀야 했을 정도입니다. 아마 당시만 해도 평택이 이렇게 발전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없었겠지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요즘 평택은 10년 아니라 1년 만에도 강산이 변합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하게 됩니다. 길이 없던 곳에 길이 생기고, 허허벌판이던 곳에는 어느새 고층아파트가 들어섭니다. 한 달만 지나도 마치 다른 도시에 온 것처럼 곳곳이 낯설게 느껴지니 몇 년 다른 지역에 있다가 돌아온다면 도시의 변화된 모습에 그야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고덕신도시가 완성되면 평택의 변화속도는 더 빨라지겠지요. 늘어난 인구에 따라 다양한 편의시설도 들어설 테고, 커진 도시의 위상만큼이나 다양한 인프라들도 갖춰질 겁니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단순히 ‘꿈’을 꾸는 일에 불과하겠지만 아마도 몇 년 후에는 현실로 나타나겠지요. 그리고 변화된 환경은 처음에만 조금 낯설게 다가오다가 어느새 몸에 밴 습관처럼 친근하고 익숙해질 겁니다. 사람만큼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동물도 흔치 않으니까요.
우리 주변에는 항상 보이지 않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그들에 의해 변화되어 왔고 그것은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가는 사람들, 혹자는 그들을 ‘꿈꾸는 바보’라고 부를지 모릅니다. 보이는 것만 보기에도 부족한데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고 더 나은 미래를 요구하는 그들의 행동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꿈꾸는 일에 모든 것을 투자합니다. 자신의 시간도, 자신의 인생까지도 말입니다.
60~70년대 참혹했던 노동현장에서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었던 공장 노동자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혹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목숨을 바쳐 투쟁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노조가 생기고 인권을 부르짖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그 덕분이지요.
요즘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는 범죄피의자들이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나 수의를 입지 않고 재판정에 들어서게 된 것 역시, 비록 범죄피의자 신분이지만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것이라는 점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불가능이 언젠가는 가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꿈꾸는 바보들을 멈출 수 없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후손들 역시 그들의 노력에 혜택을 입으며 살아갈지도 모르지요. 아무도 꿈꾸지 않았던 곳에서 지금도 여전히 모든 것을 바쳐 꿈을 꾸고 있는 그 바보들 덕분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