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아메바처럼 형태를 바꿔가며 증식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란 욕망은 자본주의의 생리를 닮아 반드시 은밀하게 타자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배가 고파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이 욕구라면, 남들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은 욕망입니다.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욕구라면, 더 좋은 침대 위에서 자고 싶은 것은 욕망입니다.
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최고급 음식을 위해서는 상어가 지느러미만 떼인 채 죽어야 하고, 더 좋은 침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름드리 원목이 베어져야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욕망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욕망은 결핍에 의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남이 가진 명품가방을 나도 갖게 되면 그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비싼 명품가방을 원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을 지향하거나, 부자가 되길 바라거나, 색을 탐하는 일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이 ‘욕망’을 위해 우리는 많은 돈을 지불합니다. 텔레비전 광고는 그런 인간의 욕망을 최대한으로 자극한 성과물 중 하나인 셈이지요.
요즘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AI 조류인플루엔자 역시 인간의 욕망에 의한 것이라고 학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자연발생적으로 바이러스를 이겨낼 만한 면역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 면역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심한 감기가 유행한다 해도 걸리는 사람과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면역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면역을 기르기 위해서는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추위 속에서 활동도 하고, 소소한 감기에도 걸려봐야 합니다.
가축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먹거리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넓은 공간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 면역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축들의 삶은 그렇지 못합니다. 움직이기도 힘든 공간에서 간신히 먹이를 먹으며 숨만 쉬고 있으니 면역이 생길 수도 없고 병에 걸리게 되면 바로 옆에 있는 동물들에게도 옮겨지기 쉬운 환경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니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의 주범은 철새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 겁니다. 더 좋은 식감을 위해, 더 싼 가격에, 더 빨리, 더 많은 양을 공급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가축들의 환경을 그리 만든 것입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 노력하지 않고 인간의 이기만을 탐해 온 인간의 욕망이 결국 수천수만 마리 동물들을 해마다 산 채로 땅에 묻고 있는 것입니다.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새로운 병은 언제든 생길 수밖에 없고 하나의 병을 치유한다고 해도 또 다른 변종은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것만이 최선의 대안이지만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또 다른 변명을 들이댄 살상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영화에서처럼 사람도 그렇게 산 채로 묻히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지, 이 일을 해결해야 할 주체는 결국 인간인데 왜 자꾸 애꿎은 철새만 탓하는 것인지, 참 답답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