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라 해도 내 성향은 정치에 관한 한 은자에 가까운 듯하다.
타고난 성향이야 바뀔 수 있으랴.
최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나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치공방을 보면 특히 그런 마음이 더 깊어지곤 한다. 물고 뜯고 씹고, 혹여라도 작은 실수만 있어도 호도하기에 바쁜 정치권의 생태를 모르는 바 아니나 그것의 생리를 알면 알수록 더 깊은 회의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판에는 최소한의 의리나 도덕이나 감정도 찾아볼 수 없다. 그 판에서 의리나 감정을 이야기하다가는 비웃음 거리만 될 뿐이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보나 심리학적으로 보나 유인원에 속하는 짐승이다. 그래서 그 안에는 짐승들의 성질을 그대로 갖고 있음을 종종 발견한다. 인간의 세계에서 진, 선, 미를 논하거나 탐, 진, 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는 논함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갈고 닦아 억제하고 지향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니 그것을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어쩌면 오류의 시작일지 모른다.
세상은 언제나 바뀜의 세계에 있고 바뀌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제의 옳음이 오늘의 그름이 될 수 있고 어제의 아름다움이 오늘의 추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상대성을 가진 이 세계의 진리이다.
은자들이 복잡한 현실세계를 떠나 숨고 싶어 하는 것은 그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실세계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상대성의 환경은 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공자가 위대한 것은 그 상대성의 세계에서도 끝까지 도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그것이 나의 한계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