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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107. 꽃처럼 살기

잠깐만 눈을 돌려도 세상이 온통 꽃밭입니다. 하얀 목련이 봄의 시작을 알리던 때가 바로 어제인 것 같은데 어느새 길가엔 연분홍 벚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지고 지금은 하얀 배꽃이 평택의 봄을 풍요롭게 합니다.  

   

얼마 전에는 식물원에 들렀다가 작은 화분 몇 개를 샀습니다. 화분에 담긴 꽃들도 제각각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꽃은 잠깐 피었다 지겠지만 그 잠깐의 시간을 위해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이는 꽃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대견하던지 한참 동안 넋을 놓고 들여다보았습니다.     


논두렁에 흔하게 피어있는 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꽃잎과 꽃술들을 암팡지게 지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너무 흔해서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그 꽃들은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냅니다. 그야말로 똑 소리 나지요.     


꽃에게서 배우는 점들이 참 많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고 있는 꽃들에게서 삶의 모습을 배우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순리대로 살기 위한 첫 걸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꽃과 눈높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할미꽃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무릎을 땅에 대고 고개를 숙여야 하고 들판에 핀 야생화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거의 엎드려야만 합니다. 그래야 그 꽃들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도 상대방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보고 싶거나 소통하고 싶다면 반드시 눈높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도 꽃이 알려주는 삶의 지혜입니다.     


꽃은 한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으니 곤충을 가까이 오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이 내보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많은 꿀을 모으고 아름다운 향기를 간직합니다. 그래야 곤충과 공생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도 내가 상대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나는 다만 최선을 다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 되는 개성이나 긍정적인 마인드, 신뢰, 아름다움을 간직하려고 노력할 뿐이지요.     


자연 속에서는 계절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집니다. 각각의 계절마다 그 계절을 대표하는 꽃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주연이 아닌 꽃들은 주인공의 자리를 미련 없이 내어줍니다. 계절의 여왕을 위해 다른 꽃들은 뒤로 물러나 꽃이라는 이름의 배경이 될 줄 아는 것이지요.     


사람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곳에서도 언제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아니라면 주인공이 빛날 수 있도록 배경이 되어주는 일 또한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고 나이 들어가면서 젊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꽃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오늘은 내 주변에 핀 꽃들을 오랫동안 자세히 들여다보며 내 모습을 한번쯤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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