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가면 곶자왈 ‘환상숲’이라는 관광지가 있습니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제주사투리 ‘곶’과 자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글자로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이 크고 작은 덩어리로 쪼개지고 나무와 덩굴식물이 뒤섞여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을 말합니다.
‘환상숲’은 무심히 돌아보면 나무와 돌이 뒤엉킨 일반적인 숲과 다르지 않지만 해설사의 얘기와 함께 들으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이곳 환상 숲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이곳에 갈 일이 있었는데 함께 간 일행 중 한분은 이곳을 방문한 것이 벌써 두 번째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이날 해설을 환상숲 대표가 맡아 진행했는데 그분의 해설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본인의 가정생활을 먼저 이야기하셨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에게 어느 날 찾아온 병마, 퇴직과 귀향, 그리고 재활을 위해 일구기 시작한 숲길, 그것이 바로 환상숲이라고 말이지요.
건강했을 때는 모두가 부러워하던 삶이 하루아침에 바닥을 쳤다는 얘기를 들으며 우리의 인생도 누구나 그런 고비가 있음에 공감했습니다. 가장 좋은 때도 오래 가지 않고 가장 나쁜 때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인생의 진리를 그분들은 몸소 깨닫고 계시는 듯했습니다.
대인기피증이 생기면서 숨어들 듯 몸을 맡겼던 곳에서 새롭게 찾은 인생이야기는 숲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감동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런 인생의 굽이는 생명으로 가득 찬 숲과 나무도 결코 다르지 않으니 그 나무와 숲에서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접목해 끌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스토리를 듣고 숲을 둘러본 사람과 그런 스토리 없이 숲을 둘러본 사람이 느끼는 지점이 확연히 다르다는데 있습니다. 두 번째 환상숲을 방문한다는 일행 중 한분은 처음에 그 숲을 둘러봤을 때는 해설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은 “부모 잘 만나 유산까지 받고 이젠 그것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으니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삶을 사는 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숲을 둘러볼 때도 그 숲은 일반적인 숲과 다르지 않았고 그저 여행코스라고 하니 잠시 둘러보고 가야지 라고만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해설을 듣고 난 뒤 그분은 환상 숲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분이 설명하는 내용 하나하나가 그분의 삶과 연계가 되면서 더 애틋하게 느껴지고 그것으로 인해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성이 가미된 스토리텔링이 갖는 힘이겠지요.
우리에게는 모두 눈물겨운 삶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잘 살거나 못살거나, 잘났거나 못났거나 상관없이 내가 느끼는 만큼의 눈물겨움과 아픔은 누구와 비할 것 없이 가장 아프고 눈물겨운 것이니까요. 타인의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때문에 깊이 알면 공감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때부터는 상대방이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스토리로 내 자신을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