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이웃하고 싶은 사람

by 임봄

예전에는 편한 친구가 갖고 싶었습니다. 유안진 시인의 글처럼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가도 좋을,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따뜻한 이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선한 눈빛으로 잘 웃는 사람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은 사람,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시골에 이웃해 살면서 나이 드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문을 열고 나오면 오늘 날씨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저녁노을이 예쁘다거나 오늘은 유난히 빗소리가 듣고 싶다는 이야기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이웃이라면 늙어가는 일이 조금은 덜 쓸쓸하겠다 싶습니다.

우리 집 울타리는 팔을 뻗으면 금방 구운 고구마를 건네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낮았으면 좋겠고 마당엔 여러 가지 채소들을 심어두고 저녁이면 이웃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갓 따온 채소들을 나누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격정과 함께 지내왔던 젊은 시절의 일들을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 나눌 수도 있을 테고 서로의 삶에 대해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며 힘든 시절 잘 겪어왔다고 토닥여 줄 수도 있을 겁니다.

함께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어울려 살거나 아니면 건물 하나를 지어 층별로 살아가는 공동체마을을 꿈꾼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뜻이 맞는 사람들이 은퇴한 이후 한 마을에 이주해 모여 살거나 함께 채소를 일구며 살아가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접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건물을 짓기 전에 공모를 통해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들을 들어보고 뜻이 맞으면 그 사람에게 맞는 집을 지어 어울려 살아간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삶의 지향점이 같다는 것은 결국 삶의 방식이 같다는 말일 테니 살면서 차츰 알아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평생의 꿈이었던 예쁜(?) 할머니가 된 요즘은 ‘할머니’라는 느낌 때문인지 머릿속에서 노인들을 위한 도시형 공동주택도 그려봅니다. 나이 들어 병원에 자주 가는 노인들을 위해 굳이 전원이 펼쳐진 농촌이 아니더라도 도시 속에서 빌라형태의 주거공간을 짓고 위와 아래는 내부에서 이동하며 가운데층에는 모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에서 이웃들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위와 아래층에는 각각의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고, 이웃들과 당번을 정해 매 끼니 음식도 나눠먹고, 아픈 사람은 간호해주고, 그렇게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도 좋겠다는, 아주 소소한 그런 생각이 요즘 참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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