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10. 2022

135.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행복합니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거리에는 가는 곳곳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울려 퍼졌고 개그맨들이 부르는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캐럴송은 듣는 사람들을 저절로 미소 짓게 했었지요.     

하얀 눈이 내리지 않아도 크리스마스이브 자정 무렵이 되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저마다 촛불을 밝히고 무리를 지어 교인들의 집 문 앞에서 아기예수의 탄생을 알리면서 그 집을 축복하는 찬송가를 불러주곤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연극에서 동방박사 주인공을 맡은 친구와 아기예수 역을 맡은 친구의 희비는 늘 엇갈렸고 성가대에 속해 있는 친구들은 더 아름다운 화음으로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했지요.     

친구들은 저마다 작은 선물도 준비해야 했고 더 많은 동네 친구들이 교회에 올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도 해야 했습니다. 일 년 동안 하지 못했던 착한 일을 며칠 동안 한꺼번에 몰아서라도 해야 산타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내심 혼자만 간직하는 비밀이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크리스마스만큼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비록 벽에 빨갛고 커다란 양말을 걸어놓지는 못해도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기대만큼은 모든 아이들이 같았으니까요. 가난한 집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가 오지 않을 거라는 말을 절망처럼 한숨처럼 내뱉곤 했지만 그래도 가슴 한구석에는 정말 산타할아버지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일곱 살 시절의 어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생애 첫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빨갛고 둥근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 쌓여 있던 열 개 남짓한 노란 귤이었지요. 비록 멋지고 화려한 선물은 아니었지만 당시 과일 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주는 첫 크리스마스 선물은 행복했습니다.     

어린 날 추억으로 남아있는 크리스마스는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말이 꼭 맞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지구촌 모든 어린이들은 예전 우리처럼 기대에 부풀어 잠이 들었겠지요.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부모님과 함께 맞는 따뜻한 저녁을 기대하고, 잠들기 전 흰 수염을 기른 자상한 산타할아버지가 주실 선물에 대한 기도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딘가에는 그런 꿈조차 꾸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지내는 건 아닌지…. 쫓기고, 죽임을 당하고, 폭력에 내몰리고, 초점 잃은 눈으로 지금 이 순간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     

역 광장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불빛이 반짝이고, 도시 곳곳에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리는 십자가가 밤새 아기예수의 탄생을 알리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어린 시절 귤 바구니 같은 크리스마스를 전할 수 있을지, 문득 밤하늘 저 어딘가에서 아이들의 울음이 들리는 듯 마음이 먹먹해지는 오후입니다. 

이전 14화 144. '자연인'을 보면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