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40~50대 중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모 방송의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자주 시청하는 편이 아닌 나도 꽤 자주 그 방송을 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말이 사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자연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후 산에서 치유를 받고 있다는 것. 둘째, 그 넓은 산에 혼자 있어도 편안해 보인다는 것. 셋째, 산에서 무엇인가를 채취할 때 욕심을 내지 않고 감사해 한다는 것. 넷째, 자연으로부터 얻은 음식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안다는 것. 다섯째,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말한다는 점 등입니다.
그 방송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상당 부분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욕심을 부리며, 혼자 있으면 불안해하고,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을 먹고, 가진 것이 없으면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 방송을 좋아하는 중년들은 어쩌면 이런 생활에 지쳐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자연인들이 산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마음 한편으로는 그런 삶을 동경하면서도 우리와 얽혀 있는 수많은 인연들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니 화면으로라도 위안을 얻을 밖에요.
자연에서 얻은 음식들, 주방에 놓인 최소한의 요리기구들, 잠자리를 위한 최소한의 용품들이 그들이 가진 전부인데도 그 속에서 행복해 하는 그들을 보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내 주변에 있는 많은 가전제품과 옷들, 책들은 행복을 얻기 위한 필수조건은 아닌 셈이지요.
우리가 맺고 있는 많은 인연 또한 행복을 얻기 위한 필수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갑에는 여기저기서 받은 명함들이 넘쳐나도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페이스북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친구들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외로움을 견뎌야 하니 말입니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갖지는 못했지만 산에서 생명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봄에는 싹이 움트는 대지의 소리를 듣고, 가을에는 모든 것들이 결실을 맺은 후 쇠락해 가는 자연의 이치를 느끼는 그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 움직이면서 자연을 닮아갑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그와 순환을 같이 했을 때 편안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치지만 어둠을 밝히는 불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그러한 삶에서도 역행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연을 등지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우리의 삶은 더 불행해진 것은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더 많은 것을 갖는데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