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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72. 기다림의 미학, 다도 茶道

차나무의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은 오래 전부터 차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서 차와 관련된 전설이 많습니다.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황제 신농이 처음 차를 발견했다는 전설이나, 달마대사가 좌선 중 졸음을 견디지 못해 내려앉는 눈꺼풀을 떼어 마당에 던지자 그 자리에 차나무가 자랐다는 전설은 유명하지요.     

차는 당나라 때 약재에서 음료로 발전했으며 형식을 갖춘 차 모임을 처음 즐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육우(陸羽, 733~804)라는 인물은 차의 모든 의식들을 규범화한 책 <다경茶經>을 지어 중국의 차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고 유럽 사람들은 ‘티타임’이라고 해서 식사 후 차를 마시는 시간을 하루 일과로 정해 놓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말에 차가 있었습니다. 9세기 전반에 차가 성행했으며 고려시대에는 귀족층을 중심으로 다도가 유행했습니다. 조선후기 불교계를 일으킨 초의선사는 다도의 이론과 실제를 적은 <동다송 東茶頌>이라는 책을 지었습니다. 그 책에는 “따는 데 그 묘妙를 다하고, 만드는데 그 정精을 다하고, 물은 진수眞水를 얻고, 끓임에 있어 중정中正을 얻으면 체體와 신神이 서로 어울려 건실함과 신령함이 어우러진다. 이에 이르면 다도는 다하였다고 할 것이다”라고 적어 다도에 이르는 과정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작고하신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에도 차와 관련한 문장이 담겨 있습니다. “물은 서로 부대끼며 흘러가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받는다. 아래로 떨어지면서 또 상처를 받는다. 녹차를 끓일 물은 그러므로 그 상처를 달래주어야 한다. 물을 두서너 시간 전에 받아두어라. 그런 다음 물을 끓이는데, 물은 또 끓을 때 상처를 받는다. 그러므로 끓고 난 뒤 물을 미지근하게 식혀라. 모두 물의 상처를 달래주는 일이다. 그런 다음 차에 물을 부어라.”     

이 문장을 읽다보면 차를 마시기까지 많은 정성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 철학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도茶道는 말 그대로 차를 통해 도를 닦는 것과 같습니다. 혼자 즐기면 명상과 수양의 시간이 되고, 함께 즐기면 나눔과 배려의 시간이 되고, 다도 그 자체로는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이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빨리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음료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차는 외면받기 쉬운 대상이지만 막상 다도를 체험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진다고 말하니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라면 일부러 한번쯤 다도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찻물이 끓기를 기다리면서 다기를 준비하고, 따뜻한 물로 다기를 데우고, 끓인 물을 식혀 차를 우려내고, 우린 차를 함께 나누어 마시는 과정, 그 과정에서 전하는 향기로운 말들은 다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아름다움입니다.     

귀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대접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다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마당에 내려앉는 빗방울을 보면서 귀한 인연과 함께 잠시 차의 향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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