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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28. 역사가 갖는 힘

상대방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방과 조금 더 깊이 있는 소통을 하고 싶다는 무언의 제스처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상대방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을 때 우리의 질문은 ‘현재’ 또는 ‘미래’에서 시작됩니다. 나이는 몇 살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취미나 특기는 무엇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누구와 살고 있는지 등등을 묻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관심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지속적인 관심이나 애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날 이후 그 사람을 다시 못 본다 해도 크게 억울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누군가가 내게 어떻게 살아왔는지 ‘과거’를 묻는다면 그것은 상대방이 나와 친밀해지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일이라 치부해버릴 수 있는 과거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그 사람이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 면들까지 보고 싶다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있으니까요.     

상대방의 과거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소통하고 이해하는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소통과 이해는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더 큰 조화를 이룰 수 있고 그럼으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이나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에는 마을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제대로 이해했을 때 내가 사는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도 깊어집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을 때, 그 마을이나 지역에 대해 자신이 가진 얕은 지식으로 쉽게 재단해버리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도시재생을 바라면서 그 마을의 역사를 배제하고 오로지 재생이라는 측면에서 주민들을 뒤떨어진 교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그것은 소통이 배제된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의 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역문화란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생활양식을 말하는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꽃 피워진 문화의 표출방식이 바로 예술입니다. 요즘은 문화를 관광이라는 측면과 접목해서 쉽게 에두르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말로 그 지역에 대한 문화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그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우선돼야 합니다.     

그런 과정 없이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관광과 연계하거나 브랜드화 한다면 그것은 상업적인 면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은 우리가 가꾸어온 지역문화의 뿌리를 썩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역사를 깊이 있게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 역사가 이뤄놓은 문화와 예술을 절대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역사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뿌리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단지 그것에 단순한 의미를 갖다 붙이는 것만으로 지역이나 문화예술을 더 발전시켰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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