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나 사무실에 책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때때로 내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욕심을 두려워합니다. 책을 좋아한다는 핑계로 읽을 시간도 없는 책을 사서 그대로 ‘저장’ 해두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서점이 생기면서 이런 행위는 더 늘어났습니다.
어느 날은 수십만 원에 달하는 책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꼭 필요해서 구입하는 경우는 그중 30% 정도뿐, 나머지는 책을 좋아하는 습관이거나 읽고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모두 읽고 현명해질 때쯤이면 이미 나이가 너무 들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혼자 웃기도 합니다.
책을 무조건 사들이는 습관을 버리자고 아무리 다짐해도 새로 등장하는 책들을 보면 저절로 욕심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책을 주문하곤 합니다. 한때는 욕심을 버리자는 생각에 집에 있는 책들을 모아 단체에 기부한 적도 있지만 그 이후 쌓인 책들만 해도 벌써 방을 가득 메울 정도이니 버려야 할 것은 책이 아니라 분명 나의 욕심일 것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욕심들이 넘쳐납니다. 권력에 대한 욕심, 돈에 대한 욕심, 명예에 대한 욕심까지 그 많은 욕심들로 인해 누군가는 비참해지고,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버려지고, 누군가는 죽기도 합니다.
무소유를 평생 실천하셨던 법정스님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 무소유이며 스스로 선택한 가난은 값지고 고귀하다고 하셨습니다. 많이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것은 불교의 연기론에 기인한 것으로 소유와 번뇌가 늘 함께 있음을 알려주시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선인들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막상 현실 속에서 실천하기란 너무도 어려우니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장거리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 쉽게 깨닫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욕심껏 눌러 담은 여행가방은 여행하는 내내 그야말로 ‘짐’이 되기 일쑤입니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내가 계속 끌고 다녀야 하는 그 짐들은 버릴 수도 없고, 버리지도 못해 오히려 여행을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달인들은 버려도 좋을 헌옷들로만 가볍게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이 끝나면 그곳에 버리고 와도 좋을 그런 짐들만 넣어 가볍게 여행가방을 꾸리고 대신 여행을 즐기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도 길게 보면 끝이 있는 여행입니다. 누군가는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고 누군가는 신의 창조로 이 땅에 와서 다시 신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땅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충분히 즐기기도 해야 하고 많은 것들을 보고 깨닫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너무 많은 짐들을 지니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들은 자칫 여행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하늘이 아무리 넓다 해도 비를 피할 때는 우산 하나면 충분하듯이 혼자 여행하는 이 세상에서서 정작 내게 꼭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그것이 이따금 내 주변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