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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23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육십 간지 중 37번째 해로 ‘하얀 쥐의 해’라고 합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항상 계획대로 이루어진 것이 별로 없어 후회하면서도 새해만 되면 언제나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니 참 이상하기도 하지요.     

올 한 해는 또 어떤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 생각하다 문득 오래 전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원래 유명한 고전이고 청소년 필독도서이니 읽은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모든 고전이 그렇듯, 좋은 책은 나이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되고 삶의 깊이만큼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고전은 오래오래 볼수록 그 속에서 더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지요.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시몬이라는 가난한 구두수선공은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던 중 교회 옆에 벌거벗은 채로 쭈그려 앉아 있는 청년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옷을 입혀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구두수선공의 아내는 청년이 안쓰러워 저녁을 차려주었고 청년 미카엘은 처음으로 얼굴에 미소를 띠웁니다.     

시몬은 미카엘에게 구두 만드는 법을 가르치며 함께 지냈습니다. 어느 날 한 부자가 찾아와 1년을 신어도 형태가 변하거나 바느질이 터지지 않는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미카엘은 그 부자가 곧 죽을 것을 예감하고 장화 대신 사람이 죽었을 때 신는 단화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제작할 시간은 없고, 부자가 곧 찾아올거라 생각하며 시몬이 절망하던 그때, 하인 한 사람이 찾아와 부자의 죽음을 알리며 장화 대신 장례식에 쓸 신발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이때 미카엘은 또 한 번 얼굴에 미소를 띠웁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한 여인이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와 아이들에게 신길 가죽신을 주문합니다. 두 아이는 고아였지만 여인은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미카엘이 다시 한 번 환하게 미소를 띱니다.     

그제야 미카엘은 시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자신은 원래 천사였으나 신의 명령을 어겨 세 가지 진리를 찾아오라는 주문을 받고 지상에 내려왔다고 말입니다. 세 가지 진리는 바로 ‘사람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의 답이었습니다. 미카엘은 자신이 깨달은 질문의 답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시몬 부부가 자신을 불쌍히 여겨 받아주었을 때 사람에게 있는 것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부자가 자신이 곧 죽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장화를 주문했을 때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으며, 쌍둥이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 부인의 모습에서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고 말입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다시 되새겨보는 이 말은 작년과는 조금 더 다르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요?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우리의 올 한해는 어떤 사랑으로 채우게 될까요. 코앞의 일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만 올 한해도 불완전한 우리를 지탱하는 힘은 오직 하나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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