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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14. 숲에서 배운다

숲 속에는 참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습니다. 키가 다른 나무들은 저마다 햇빛을 향해 쭉쭉 위로 뻗어가고, 땅에는 꽃이며 풀이며 벌레들이 기어 다닙니다. 공중에는 나비와 새들이 날아다니지요. 그 수많은 생명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경이로운 일 입니다.           

숲속에 혼자 앉아 가만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풀벌레 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그곳에서 나무는 조용히 하늘을 향해 자라고, 꽃은 줄기에서 끌어올린 물로 꽃잎을 피워냅니다. 풀은 저마다 바람에 한들거리지요.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 생명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나무는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냅니다. 만일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다면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서 몇 백 년 동안에도 끄떡없이 많은 사람들을 쉴 수도 있게 하지요. 나무는 번식을 위해서는 자기 열매를 새에게도 나눠줘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죽어서도 제 몸을 나눠줄 줄 압니다. 죽은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버섯이며 벌레며 많은 생명들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꽃은 누가 봐주든 안 봐주든 스스로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과감히 떡잎을 떨어냅니다. 담담하게 지니고 있는 상처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일임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때가 되면 스스로 꽃을 떨어내고 조용히 스러질 줄도 압니다. 아무리 예쁜 꽃을 피워도 더 있겠다고 욕심 부리는 법이 없지요. 아무리 작은 들꽃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잎에 꽃술에 갖출 건 다 갖추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것이 꽃이 가진 참된 향기입니다.           

풀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갑니다. 김수영의 시에서처럼 바람이 불면 낮게 누울 줄도 알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어설 줄도 알지요. 풀은 순응이라는 말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존재입니다. 잠시 누워있다고 죽은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일어나 질긴 생명력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바로 풀이니까요.           

숲에 있는 모든 식물들은 각자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서로 같아지기 위해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결코 숲을 이룰 수 없기에 한데 모여 살아갑니다. 나눔은 누가 누구를 위해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네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도 숲에서 배우는 교훈입니다. 나무가 결실을 맺기 위해선 새에게 열매를 내주기도 하고 꽃이 번식하기 위해선 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내주기도 하는데 그것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숲 속 식물들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성장한다는 건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나무에게 빛이 있다면 사람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숲 속에 핀 작은 꽃이 그 나름대로 숭고하듯이 사람 역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지 그 모습 자체로 숭고할 수 있습니다. 숲속 수많은 생명들처럼 오로지 지금에 충실하며 자신의 모습대로 사는 것, 하늘이 내게 준 재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함께 하며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것도 오늘 내가 숲에서 배우게 되는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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