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위기 속 마텔Mattel의 역전 만루 홈런

회피형 INFP가 각성하면 벌어지는 일 6화 |

by 산들바람

갈등 상황을 못 견디는 회피형 INFP가 각성했을 때, 처음은 '분노'였다. (이 글을 처음 읽는 독자분을 위해 사건명을 '노트북 환불의 정당성과 품질보증제 개선을 위한 대환장 파티'라고 하자) 이 사건에서 내가 분노한 지점은 '동일증상 3번'이라는 내부 기준으로 그동안 교환/환불받지 못했을 소비자와, 나처럼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동일하자 3번'이라는 내부기준으로 교환/환불받지 못할 소비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데서 촉발됐다.


그래서 법정 다툼까지 생각했고, 여러 가지 증거를 모았다. AI를 활용해 법조문을 알아보고 판례와 선례와 사례를 서칭하고 해당 기업의 품질보증제의 허점을 파고들고. 나홀로소송-소액사건 재판-을 한다면, 소가가 500만 원일 때, 패소하더라도 부담할 소송비용이 50~60만 원이라는, 그렇다면 해 볼 법하다는 판단이 들게 만드는 XX 지방 법원의 무료 법률 상담도 받았다. 그때, 무료 법률 상담해 주신 분은 조종 위원이시기도 한데

나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사바사바'가 아닌, 잘못된 걸 바로 잡으려는 것 아니냐며, 여러모로 응원해 주셨다. 그렇게 해당 AS센터에 방문하여 이의제기서를 제출하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또다시 이의제기서를 제출하고

지금은 공식 홈페이지에 1:1 문의를 남겨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 포지션을 탈피했고, 내 르포(회피형 INFP가 각성하면 벌어지는 일)의 말투도 점점 변했다. PC방의 베그, 롤, 수많은 게임의 전사들과 함께 출정식을 나서는 비장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XXXX(주)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1인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로 오히려 신뢰를 높인 기업 사례를 다루는 방향으로 변했다.


MBTI에서 INFP는 잘못했을 때 깊이 성찰한다. 상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어떤 영향을 받았을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래서 단순한 '미안합니다'가 아닌, 진심 어린 이해와 공감을 담은 사과를 준비한다. 상처받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하려 노력한다. '회피형 INFP'인 내가 꼭 이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나는 대기업에도 같은 수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했다는 것을, 형식적인 사과나 책임 회피가 아닌, 문제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랐다는 것을, 그런데 이것이 너무나 큰 이상이라는 걸 몰랐다.


그렇더라도 나는 이상을 꿈꾼다. 여기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Mattel의 절체절명의 위기 속 역전 만루 홈런 예가 있다.


384302_300314_1922.jpg 출처 : Mattel


마텔은 2007년, 중국 내 공장에서 OEM 방식으로 만든 장난감에서 납 성분이 발견되어 큰 위기에 처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에 납 성분이라니, 부모들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당시 마텔은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고, 대대적으로 사과 광고를 냈다. 사장이 광고에 직접 나서서 자신의 아이들도 마텔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문제 된 납 성분이 어떤 것이고, 어느 공장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구체적으로 어느 인형의 어느 부분에 납 성분 함유 페인트가 사용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마텔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마텔이 믿을 만한 회사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또한 사장이 직접 사과하므로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마텔은 회사의 존폐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회사의 평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 때문일지 몰라도 마텔은 여전히 미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최종학 교수『숫자로 경영하라-회계로 경영을 말한다.』 중에서 요약


이러한 기업의 성공 사례가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지 못할까? 『쿨Cool 하게 사과하라』에서는 기업이 사과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잘못이 발견됐을 때, 적극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이득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잘 활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같이 유교 문화가 지배적인 기업에서는 잘못을 인정하는 게 패배로 인식되고 이에 따라오는 손실금 때문에 잘못을 시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절대 잘 못 했다고 인정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게 사회풍토라고 하니. XXXX(주) AS센터 측은 꽤 곤혹스러울 것이다. 회피형 INFP도 보기 드문 소비자인데 각성까지 한 화이트컨슈머라니 처음 겪어 보는 일 아니겠는가.


'네가 아무리 천사의 말한다 해도 네 안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말처럼, 이제는 판단보다 이해하려 한다. '환불 지연으로 인한 확대 피해와 정신적 손해배상을 위한 법정 다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회피가 아닌 성찰의 결과임을, 나의 르포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이 사건의 결말이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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