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생 예원씨의 자아효능감

밀레니얼 세대, 자존감이 아니라 자아효능감을 말할 때

by 산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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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씨는 <#예블라썸>이라는 꽃집의 대표다.

“예블라썸이 무슨 뜻인가요?”

‘예원’의 ‘예’와 ‘꽃이 피다, 꽃을 피우다’의 ‘blossom’을 합한 단어로 예원씨와 <예블라썸>을 거쳐 간 사람들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뜻이라고 한다.

꽃이 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 사실은 참 아픈 거래 / 나무가 꽃을 피우고 / 열매를 달아줄 때 /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록 밴드 부활의 노래 <친구야 너는 아니>의 노랫말이다.

<예블라썸>을 창업하기까지 또 창업해서 3년 동안 운영하기까지, 예원씨가 겪은 아픔은 얼마일까?


그런데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는 예원씨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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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밀레니얼 세대인 예원씨는 전문계고등학교를 졸업해서 25살이라는 나이에 벌써 사회생활 7년 차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해서 들어간 세무법인은 퇴근 시스템(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퇴근 못 하는)에 환멸을 느껴 퇴사한다. 그다음으로 이직한 무역회사는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장 밑에서 안 좋은 꼴만 당할 것 같아서 퇴사한다.

이쯤 되면 예원씨를 보고 ‘사회 부적응자’라고 부르는 기성 어른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꼰대를 향해서 일침을 가하는 예원씨. 나는 그녀를 통해 앞으로의 사회를 엿봤다.

예원씨의 인생 롤모델은 ‘노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직장 대표님이다. 노 사장님은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이나 생일을 맞은 직원 가족까지 케이크나 용돈을 보내는 등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세심하게 챙긴다고 한다. 그러나 예원씨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만난 사장들은 ‘노 사장님’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보통의 현실적인 사람 또는 그 이전 세대 사람은 ‘사회는 냉정한 거야. 무한 경쟁, 승자 독식’이라며 체제에 순응했겠지만, #자아효능감(실패했을 때도, 도전할 때도 ‘난 할 수 있어’라며 쉽게 좌절하지 않는 능력)이 높은 예원씨는 부당한 사회 시스템을 탈피해서 과감히 창업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장래를 고민하던 중, 지금은 돌아가신 꼭 천사로 믿었던 외할머니가 평생 좋아하셨던 꽃을 기억, 플로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한 달에 30만 원의 수강료를 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원과 서울을 오가며 플로리스트의 꿈을 키웠다. 그 후 지인의 꽃집에서 무급으로 일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는 후 <예블라썸>의 문을 연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꼰대는 또 이럴 것이다.

ㅡ 말이 그렇지 창업하면 알게 될걸?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렇다. 현실은 현실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예원씨도 막상 창업하고 보니 ‘노 사장님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사장님이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예원씨의 자아효능감이 발휘된다. 현실의 벽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현실을 대하는 자세는 다를 수 있다. 예원씨는 사업을 하면서 같이 일한 사람의 보수는 바로바로 지급하거나, 현금으로 준비했을 때는 ‘같이 일해서 기뻤다. 다음에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손편지를 준비하는 등 같이 일한 사람에게 예우를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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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력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을 대하면 화가나기 마련이다. 그녀는 자신이 소명이라 믿는 <예블라썸>에 무례한 사람이 찾아오면 화가 난단다.

<예블라썸>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블라썸>의 홈페이지를 본 손님이 자신이 원하는 꽃다발이나 부케, 꽃 케이크, 웨딩 장식 등을 주문하면 꽃의 종류와 디자인을 협의한 후에 상품을 만든다. 그런데 실물을 보고 나서 “꽃송이가 왜 이렇게 적어요!”라며 꽃의 원가 대비 상품의 가격을 꼬투리를 잡는 손님이 있다고 한다.

예원씨를 취재하기 위해 남대문꽃시장부터 꽃다발을 완성하기까지 과정을 지켜봤다. 새벽같이 일어나 남대문꽃시장에 도착, 빠른 눈으로 예쁘고 싱싱한 꽃을 골라 값을 치르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게까지 도착해서, 꽃다발을 만들기 위한 밑 작업(컨디셔닝)을 하고, 손님이 원하는 느낌에 맞게 디자인해서 포장하기까지. 그녀가 들인 노력은 꽃의 원가로 책정할 수 없는 전문적인 노동의 연속이었다.

“예의 없는 사람에게까지 예의 있게 행동해야 하나요?”

그녀는 무례한 손님한테는 <예블라썸>이 다한 최선을 어필하며 그것에 불만족하면 다음엔 다른 곳으로 가는게 좋겠다고 한단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우려의 소리를 듣기도 한단다. 한송이라도 더 팔아야하지 않겠냐는 걱정 말이다.

나는 예원씨가 꽃을 파는 장사가 아니라 꽃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작가라고 여겼기에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당장은 힘들더라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대처하는 카리스마를 길러 보는 게 어떻겠냐고 대답했다. 예원씨는 어느 정도 수긍했는데 그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부드럽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방법, 세련된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무가 꽃을 피우듯 많이 아파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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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살아있는 생물이라서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꽃집은 감정 기복이 무난한 사람이 하는 게 좋나요?”

“꽃이 꼭 좋은 일에만 쓰이는 건 아니잖아요.”

어느 날, 남자 손님이 화이트 수국으로 된 꽃다발을 주문했단다. 화이트 수국의 꽃말은 헤어짐, 이별이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다고 한다. 남자 손님은 애인이 바람을 피워서 이별을 맞이한다. 그는 애인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 화이트 수국이 담긴 꽃다발을 선물했고 예원씨 덕분에 좋은 이별을 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해왔다고 한다.

이런 손님이 있어 예원씨에게 <예블라썸>은 소명인 것이다. 기억하기로 예원씨가 처음 받은 꽃다발은 초등학교 졸업식, 엄마가 집적 만든 프리지아 꽃다발이라고 한다. 멋지게 차려입은 엄마가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오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꽃다발을 만드는 사람은 멋진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고 바로 <예블라썸>에서 예원씨의 자아효능감은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당차고 활기찬 사장님은 <예블라썸>같은 소명을 여러 개 가지고 싶단다. <예블라썸>을 위해 좋아하는 여행, 책 등을 어느 정도 포기했는데, 이제는 꽃 외에 또다른 재미를 찾고 싶단다. 그 중에 글 쓰는 꿈도 있다. 유명한 작가는 아닐지라도 일상을 적은 자신의 글이 마음이 복잡해서 쉬고 싶을 사람에게 아무 생각 없이 가닿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단다.

나는 믿는다. 머지않아 그녀가 <예블라썸>에서 겪은 일상을 소소하게 쓴 책이 나오리란 걸 믿는다. 그 전초로 예원씨는 예블라썸의 홈페이지를 운영, 인스타그램도 활발히 하고 있다. 또 유튜브 채널을 운용하며 <예블라썸>을 알려나갈 생각이란다.

“10년 후 나는 아주 멋진 사람이 돼 있을 것 같아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보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젊음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신의 삶을 당차게 일궈갈 예원씨의 멋진 모습이 그려진다. 예원씨의 10년 후 20년 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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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사실 예원씨는 꽃보다 고양이 '김지오'를 더 좋아한다. 보통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라고 표현하는데 예원씨는 다르다. 지오가 자식이란다. 지오는 옛 주인이 결혼하고 낳은 아기가 지오로 인해 아프자 파양됐다. 예원씨와 지오와 동거한 지 1년여. 지오는 보통 고양이 같지 않게 사람을 좋아한다. 대답도 잘해서 대답묘이자 창신동 껌딱지, <예블라썸>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예블라썸 홈페이지 :

http://yeblossome.creatorlink.net
예블라썸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예블라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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