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장갑》
졸리면 자면 되는 데 아이는 왜 잠투정을 할까요? 오래 안고 다독여도 한동안 칭얼거리는 아이를 잠재우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다.
요즘엔 재우는 법을 나름대로 터득했어요. 졸리다고 칭얼거리면 함께 누워서 책을 읽어 줍니다. 이야기를 이해하고 듣는 건 아니겠지만 책을 읽어주면 나를 닮았는지 금방 하품을 해요. 그럴 때면 얼른 쪽쪽이를 입에 물리고는 궁둥이를 토닥거립니다. 그러면 금세 스르르 잠이 들지요.
아이와 함께 이불을 덮고 누우면 아이 냄새와 아이가 전해주는 훈김으로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에우게니 M. 라쵸프의 그림책 **《장갑》** 속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는 등장인물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할아버지가 숲속을 걸어가다가 떨어뜨린 장갑 한 짝. 추위를 피하려는 먹보 쥐, 폴딱폴딱 개구리, 빠른 발 토끼, 멋쟁이 여우, 회색 이리, 엄니 가진 멧돼지, 느릿느릿 곰까지 일곱 마리가 들어앉아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장갑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할아버지가 돌아오자 모두들 장갑에서 기어나와 숲 속 여기저기로 달아납니다. 우리 집 장갑 속에는 하늘에서 온 신비한 아이와 크림색 보름이, 치즈색 또양이가 남았습니다.
비좁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장갑 속 동물처럼, 우리도 사이좋게 누워서 단잠을 잡니다.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면서도, 작은 먹보 쥐부터 덩치가 큰 느릿느릿 곰까지 미어터지게 들어앉은 책장을 끝까지 넘깁니다.
조금씩 곁을 내어주면서 더불어 사는 훈훈함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이로운, 오늘은 함께 《장갑》그림책을 읽었어.
먹보 쥐, 폴딱폴딱 개구리, 빠른 발 토끼, 멋쟁이 여우, 회색 이리, 엄니 가진 멧돼지, 느릿느릿 곰을 만났지.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장갑》 | 우크라이나 민화 | 에우게니 M. 라쵸프 (그림) |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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