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호> 기차를 타고

#16.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by 서정연


어느날 아이는 자기 손을 발견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는 버둥거리는 제 손발에 놀라지 말라고 속싸개로 한 겹 싸둡니다. 엄마 뱃속에 있는 것처럼 포근한 느낌을 주려고요. 한 달쯤 지나면 속싸개를 졸업을 합니다.


어느날 아이가 꽉 움켜 쥔 주먹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뭐지?


아이는 한참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바라보던 손을 이제는 마주 잡습니다. 꼼지락꼼지락 맞잡은 두 손이 서로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너는 누구니?


잠든 아이는 가끔 배냇짓을 하며 웃습니다. 그 웃음을 마주할 때면 보는 사람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배냇짓이 지나고 나면, 아이는 눈을 맞추며 방긋 웃기도 합니다.


엎어두면 고개를 들고, 어쩌다 보니 손을 발견하고, 발견한 두 손을 마주 잡기도 합니다.

요즘은 뒤집고 싶은 모양입니다.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집 고양이가 한 발로 슬쩍 밀어주면 금세 넘어갈 것도 같은데요, 고양이도 아이가 스스로 할 때를 기다리는지 참견하지 않습니다. 공동 육아를 한다는 고양이가 한 수 위인가 봅니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탐험길에 동행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쓴 존 버닝햄의 그림책 속 기차처럼 말입니다. 이름하여 <이로운 호> 기차에 올라탄 기분입니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제발, 나도 기차에 태워 줘.”


그림책 속에서는 여러 동물들이 기차에 올라타겠다고 사정합니다. 상아를 잘라 가려고 한다는 코끼리, 먹을 것이 없어 굶게 된다는 물개, 마른 땅에서는 살 수 없다는 두루미, 숲의 나무가 베어져 더는 살 곳이 없다는 호랑이, 털옷을 만들려고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북극곰까지.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한 장면


하나둘 기차에 올라타 함께 소풍을 떠납니다.


그림책 속 아이는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학교에 늦겠다며 서두르는데, 엄마는 집 안 곳곳에서 이상한 광경을 발견합니다. 현관에는 코끼리가, 목욕탕에는 물개가, 세탁실에는 두루미가, 계단에는 호랑이가, 냉장고 옆에는 북극곰이 서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이와 초보 부모가 올라탄 〈이로운 호〉 기차를, 나는 옆자리에서 함께 타고 가는 기분입니다.

아이의 배냇짓도 보고, 손을 발견한 순간도 함께 봅니다. 마주 잡은 두 손, 눈을 맞추면 터지는 웃음, 고개를 들려고 애쓰는 모습, 뒤집으려 한쪽 발을 넘기며 버둥거리는 순간까지.


내일은 아이가 뒤집기에 성공할까요?


옆에서 조용히 응원합니다.



이로운, 힘내!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 존 버닝햄 (글/그림) | 박상희 (옮김) | 비룡소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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