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즐거워!

#17. 《깊은 밤 부엌에서》

by 서정연

한 팔에 쏙 들어오는 작은 아이지만, 목욕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해 보기로 합니다. 초보 아빠가 호기롭게 나섭니다. 한쪽 손을 아이 겨드랑이에 넣어 어깻죽지와 몸통을 단단히 잡고, 팔로 얼굴과 가슴을 지탱하면서 아이 등을 씻깁니다.

그러다가 아뿔싸! 그만 아이를 놓치고 맙니다. 물속에 풍덩 빠진 아이는 제어되지 않는 두 팔을 휘저으며 버둥거리고, 초보 엄마는 기겁을 합니다. 아빠는 사색이 되어 황급히 아이를 붙잡습니다.


잠깐 놀라긴 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습니다. 다시 조심스럽게 아이를 씻기고 옷을 입힙니다. 초보 부모는 이렇게 첫 목욕을 성황리에 마칩니다. 오늘의 모험담은 훗날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겠지요.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 **《깊은 밤 부엌에서》** 속 미키는 한밤중에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깨어 “거기 좀 조용히 해요!” 하고 소리칩니다. 초보 부모가 아이를 씻기며 벌인 한바탕 소동을 들은 모양입니다.


미키는 깜깜한 데로 굴러 떨어지며 옷이 벗겨지고, 빵가게 아저씨들의 밀가루 반죽 속으로 쏙 들어가 헤엄칩니다. 반죽을 주무르고, 주먹으로 치고, 치대고, 잡아당기며 마음에 드는 모양을 만듭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 한 장면


반죽을 타고 날아올라 밀크 속으로 쏙 들어간 미키는 빵가게 아저씨들이 필요한 밀크를 부어 줍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 미키는 “꼬끼오 오우 오오!” 하고 외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끗해진 몸으로 곧장 침대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가끔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다 미키 덕분이랍니다.


미키가 밀가루 반죽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날고, 밀크 속을 헤엄치듯 노는 것처럼 아이는 비행기 튜브를 타고 목욕을 즐깁니다. 이제는 초보 부모가 놓칠 걱정도 없이, 혼자서도 즐겁게 물놀이를 합니다.




이로운,

목욕 즐거워!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깊은 밤 부엌에서》 | 모리스 샌닥 (글/그림) |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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