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부터 희미하게 울리기 시작하던 매미소리가 7월이 되는 순간부터 제법 커졌다. 매미가 귀엽게 벗어놓고 가버린 허물은 눈에 띄었지만 7월이 되고도 열흘이 넘도록 매미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어제와 다르게 아파트 단지에 매미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드디어 나무에 앉아 우는 매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날, 수영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아파트 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잠자리채를 들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향해 물었다.
“매미 잡았어?”
“아니.”
휴, 다행이다. 사실 그날 오전부터 나는 길을 오가며 매미 소리가 울리는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위를 살폈다. 하지만 목이 아프도록 쳐다봐도 저 위 어딘가에서 소리만 들릴 뿐 매미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똑똑한 우리 동네 매미들이 모두 나무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것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잡힐 리도 만무하지. 올여름 땅에서 나와 날개를 달고 나무 위로 올라올 모든 매미들에게 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울기를 권해야 한다.
원래도 여름이면 매미 소리를 즐겨왔지만 이상하게 이번 여름은 유난히 매미를 생각하면 마음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했다. 한창 매미들이 우화하고 울어야 될 시기, 비가 내리고 내리고 또 내렸다. 하지만 매미들은 기나긴 장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날개를 달았고 비가 아주 잠시라도 멈추는 기미가 보이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악착같이 울었다. 생의 목적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매미처럼 온 힘을 다해 울고 난 후에는 아무 미련 없이 가볍게 땅에 떨어져 고요하게 죽을 수 있을까. 인간이 매미처럼 산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럼에도 후덥지근하고 끈끈한 7월을 견디며 기운을 잃지 않도록 애쓰던 나는 자꾸 매미처럼 살고 싶어졌다.
삼일 만에 비가 그치고 해가 눈부시게 빛나던 어느 날, 세상은 매미 소리로 가득 찼다. 길을 걷다 햇빛에 날개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죽은 매미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바로 옆 나무에서 매미가 비명음을 울리며 뛰쳐 날아올랐다. 매미를 잡다 실패한 한 할아버지가 내 시선 끝에 놓인 매미를 향해 급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곧 매미가 죽은 걸 알고 실망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매미가 죽었네요.”
“네, 죽었어요.”
할아버지는 잠자리채를 들고 다른 곳으로 사냥을 떠났다.
매미를 잡지 못한 사람들의 실망은 잠시뿐이지만 매미에게는 일생이 걸린 일이다. 나는 이번 여름 철저하게 매미의 편이 되어버렸다. 매미가 새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의 순환에 기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인간의 손에는 단 한 마리도 잡히지 않길, 그들의 플라스틱 채집통이 영원히 텅 비기를 바랐다.
나의 비현실적인 소망은 매미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되며 끝을 맞이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 점점 줄고 7월의 끝이 다가오니 어디를 봐도 매미다. 그렇게 나무 꼭대기 위에 앉아 울기를 권했건만 이제 매미들은 사람과 시선이 맞닿을 정도의 낮은 나무줄기든 건물벽이든 전봇대든 방충망이든 어디든 붙어 앉아있다. 아이들의 채집통도 매미와 잠자리로 가득하다. 채집통 안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매미와 잠자리를 바라보며 무심결에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아, 아까워라. 잡은 후 관찰하고 방생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매미에게는 잠시라도 낭비할 시간이 없는데 말이다.
한낮에 매미 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더위를 무릅쓰고 동네산책에 나섰다. 큰 나무들이 우거진 아파트 후문의 정자와 벤치에는 동네사람들이 모여 연신 부채질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쓰-하고 길게 울리는 말매미와 나른한 전파소리 같은 유지매미의 소리가 섞여 배경음이 되고 참매미가 중간중간 맴맴 확실한 발성으로 화음을 넣는다. 짙은 나무 그림자 아래서도 습하고 더운 기운을 어쩔 수 없지만 폭포처럼 울리는 매미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어느샌가 보라색 맥문동 꽃이 활짝 피었고 밤나무와 감나무에서는 아직 덜 자란 파란 밤송이와 감이 땅 위로 후드득 떨어진다. 쉴 새 없이 옥수수를 쪄내는 옥수수 트럭에서 풍기는 향기가 섞여 들어 뜨거운 공기가 달콤하게 고소하다. 나무에 앉아 배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열심히 울고 있는 참매미를 구경한다. 투명한 날개를 길게 드리운 매미의 눈은 까맣고 몸은 초록과 검정과 하양의 무늬가 뚜렷하다. 매미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여름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장마가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될 거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폭염도 여름도 매미의 노랫소리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릴 거라는 걸. 어느 날 마지막 매미가 울음을 그치면 다시 적막해진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여름의 매미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길 희망한다. 귀가 먹먹해지도록 시끄럽고 세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