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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함이 말을 걸 때

충분히 그럴 수 있어

by 원혜경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내가 있던 자리였다. 나는 이제 다른 부서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그곳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어수선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입을 향한다. 따뜻한 말, 환한 웃음, 자연스러운 배려.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나도 한때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와 지금이 다르게 보인다. 달라진 건 사람일까, 아니면 나일까.


나도 최선을 다했었다. 허둥대지 않으려 애썼고, 부족하지 않으려 버텼다. 그런데도 가끔은 나 자신이 충분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이, 비교와 서운함이 슬며시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억지로 밀어낼 필요는 없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서운하면 서운한 대로, 쓸쓸하면 쓸쓸한 대로.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가라앉겠지.


새로운 사람에게 일부러 다정할 필요는 없다. 애써 웃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친절을 베풀지 않아도 괜찮다. 나에게 필요한 건,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돌보는 일이다. 지금은 내가 나를 더 아껴야 할 순간이다.


저녁이 되자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하루 동안 스쳐 간 감정들이 조용히 정리된다. 불편했던 순간도, 어색했던 기분도 천천히 자리를 잡는다.


이 글을 언젠가 다시 읽게 될까. 그때의 나는 오늘의 감정을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겠지. 나는 그렇게, 조금씩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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