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나야
사람들은 나를 ‘얌전하다’고 했다.
어릴 적 많이 듣던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이 칭찬인 줄 알았고, 그래서 말하지 않고, 튀지 않으며, 조용히 줄 잘 서는 사람이 되었다.
정해진 자리에서, 정해진 말투와 표정을 지키며, 실수 없이 살아가려 애썼다.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게 옳다고 믿었고, 자유롭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해서라도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지탱해 준다고 믿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주 사소한 실수를 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사소한 일이었지만, 내 안에서는 좀처럼 지나가지 않았다.
‘왜 또 이래.’
‘이럴 거면 뭐 하러 그렇게 애쓴 거야.’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날카로웠고, 나는 그 앞에서 점점 작아졌다.
한참을 자책하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왜 나는 나에게 이렇게까지 엄격할까.
이 기준은 정말 내가 만든 걸까, 아니면 어디선가 배운 걸까.
그 질문 하나가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주었다.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 걸까.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던 길이, 어쩌면 단지 ‘옳다’고 배운 방향이었는지도 모른다.
익숙함 속에 숨은 정답 아닌 정답들.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날 이후, 아주 작게, 조심스럽게 시도해 봤다.
딱히 잘하려 하지 않고, 그냥 느껴지는 대로 써보고,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그냥 인정하고 웃어보았다.
누군가 나를 어떻게 볼지보 다는, 내가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겨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내 방식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물론, 여전히 불안하다.
작은 실수에도 가슴이 철렁하고, 누군가의 눈빛 하나에 다시 움츠러들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선 뻔뻔한 척도 해보고,
때로는 내 감정과 생각을 또렷하게 말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버벅거리며 익혀가는 중이다.
틀은 여전히 내 곁에 있다.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그 틀 안에서도 숨을 쉬고, 나를 알아가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