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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목적지를 변경해도 괜찮아요!!
고요에 잠긴 부석사.
by
stellaㅡ별꽃
Aug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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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운탄고도 하늘길 야생화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도로는 자동차로 퍼즐을 끼운 듯 촘촘하다. 양지 부근에서 급하게 목적지를 변경한다.
얏호~~!
내 차 전용도로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차는 신났다, 하늘에서 던진 불화살은 아스
팔
트를 달구고 에어컨 눈금은 점점 내려간다,
폭염주의보란다.
서산 부석사 전경ㅡphoto by 황성자
조용한 마을을 몇 번을 거쳐 간월암과 부석사로 갈리는 길까지 논스톱으로 달려왔다.
백일홍 붉은 꽃잎에 홀린 햇살은 게으르
고
, 고즈넉한 고요는
마
음을 당긴다.
부석사 템플스테이 숙소ㅡphoto by 황성자
까끄막을 오르던 차는 엔진 소리 한번 가다듬고 산비탈 주차장에 털썩 주저앉는다.
두 여자는 급한 경사로에서 두어 번 신음을 토한다.
서산의 도비산 기슭에 자리한 부석사는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
고
이후 무학대사가 중건하였다. 현재 도지정문화재 195호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사찰
엔
기
나긴 세월의 무게가 얹
혔
다.
여늬 사찰과 다르게
서
일지형으로 이어진 숙소를 따라 툇마루가 놓여있다.
서해바다를 굽어보는 사찰 마루 끝으로 느린 한낮이 내려앉는다.
"
대웅전이 어디죠?"
"아~~ 극락
전! 저기예요."
낯선 느낌의 대웅전을 스쳐 산신각으로 오른다.
숲
으로 한줄기 빛이 새어들고,
그 빛을 따라 나풀나풀 춤을 추는 수백 마리의 나비 떼는 쏟아지는 연분홍 꽃비 같다.
극락을 염원하던 중생들의 발현인가
"으엉~~ 으엉'
황소개구리가 황소처럼 운다.
잡
아서 방생하면 다시 그 가파르고 험한 수로를 따라 꼭 이 연못으로 다시 온단다. 황소개구리는 이미 불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 연잎 위에서 졸고 있는 개구리는 '찰칵' 셔터 소리에도 무반응이다.
졸음에 빠진 개구리ㅡphoto by 황성자
"
해우소가 어디죠?"
"
템플스테이 숙소 옆 해우소를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드
리죠."
비지땀을 흘리며 사찰을 손보던 거사
는
과한 친절을 베푼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와 해우소를 찾는다.
"저 아래 주차장으로 가시면 있습니다."
거사는 그리 말을 던지고 사라진다.
부석사 템플스테이 숙소 앞 풍경 ㅡphoto by 황성자
난 빨래가 널린 풍경
이
좋다. 빨래의 종류와 상관없이 바람 타고
흔들거리는 빨래를 보면 나의 뇌세포
엔
유년의 풍경이 물들곤 한다
.
바지랑대 끝에 앉은 고추잠자리 졸고, 널어 둔 이불 빨래 사이를 헤치며 꼬맹이들이
바지랑대를 건드리는 날이면, 벌건 흙에 나뒹구는 이불을 집어 드는 엄마
들
얼굴이 붉어지고 목청은 동구 밖으로 달린다.
벽에 기댄 친구는 잠이 들었다.
떠돌던 반가운 손님이 언덕을 오른다.
작은 연못 꽃대 위엔 접무(蝶舞)가 절정이다.
여
기가 극락이요 천국이다.
한적한 곳으로 여행지를 바꾸자는 말을 흔쾌히 받아들인 친구가 고맙다.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 미련 없이 돌아서는 냉철함도 때론 필요하다. 비슷한 길도 아닌 정 반대 방향으로 급(急) 변경한 목적지에서, 뜻밖의 고요와 늦은 여름의 고즈넉함에 빠져들 수 있었다.
(2019. 8. 4. 토요일ㅡ폭염주의보가 내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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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ㅡ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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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별과 함께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여행 중입니다. 걷고, 여행하고, 카페에 눌러앉아 노는 것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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