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목적지를 변경해도 괜찮아요!!

고요에 잠긴 부석사.

by stellaㅡ별꽃

정선 운탄고도 하늘길 야생화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도로는 자동차로 퍼즐을 끼운 듯 촘촘하다. 양지 부근에서 급하게 목적지를 변경한다.


얏호~~! 내 차 전용도로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차는 신났다, 하늘에서 던진 불화살은 아스트를 달구고 에어컨 눈금은 점점 내려간다, 폭염주의보란다.

서산 부석사 전경ㅡphoto by 황성자

조용한 마을을 몇 번을 거쳐 간월암과 부석사로 갈리는 길까지 논스톱으로 달려왔다.

백일홍 붉은 꽃잎에 홀린 햇살은 게으르, 고즈넉한 고요는 음을 당긴다.

부석사 템플스테이 숙소ㅡphoto by 황성자

까끄막을 오르던 차는 엔진 소리 한번 가다듬고 산비탈 주차장에 털썩 주저앉는다.

두 여자는 급한 경사로에서 두어 번 신음을 토한다.

서산의 도비산 기슭에 자리한 부석사는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 이후 무학대사가 중건하였다. 현재 도지정문화재 195호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사찰 나긴 세월의 무게가 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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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늬 사찰과 다르게 일지형으로 이어진 숙소를 따라 툇마루가 놓여있다. 서해바다를 굽어보는 사찰 마루 끝으로 느린 한낮이 내려앉는다.


"대웅전이 어디죠?"

"아~~ 극락전! 저기예요."


낯선 느낌의 대웅전을 스쳐 산신각으로 오른다. 으로 한줄기 빛이 새어들고, 그 빛을 따라 나풀나풀 춤을 추는 수백 마리의 나비 떼는 쏟아지는 연분홍 꽃비 같다.


극락을 염원하던 중생들의 발현인가


"으엉~~ 으엉'

황소개구리가 황소처럼 운다. 아서 방생하면 다시 그 가파르고 험한 수로를 따라 꼭 이 연못으로 다시 온단다. 황소개구리는 이미 불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연잎 위에서 졸고 있는 개구리는 '찰칵' 셔터 소리에도 무반응이다.

졸음에 빠진 개구리ㅡphoto by 황성자

"해우소가 어디죠?"

"템플스테이 숙소 옆 해우소를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리죠."


비지땀을 흘리며 사찰을 손보던 거사 과한 친절을 베푼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와 해우소를 찾는다.


"저 아래 주차장으로 가시면 있습니다."


거사는 그리 말을 던지고 사라진다.

부석사 템플스테이 숙소 앞 풍경 ㅡphoto by 황성자

난 빨래가 널린 풍경 좋다. 빨래의 종류와 상관없이 바람 타고 흔들거리는 빨래를 보면 나의 뇌세포 유년의 풍경이 물들곤 한다.


바지랑대 끝에 앉은 고추잠자리 졸고, 널어 둔 이불 빨래 사이를 헤치며 꼬맹이들이

바지랑대를 건드리는 날이면, 벌건 흙에 나뒹구는 이불을 집어 드는 엄마 얼굴이 붉어지고 목청은 동구 밖으로 달린다.


벽에 기댄 친구는 잠이 들었다.

떠돌던 반가운 손님이 언덕을 오른다.

작은 연못 꽃대 위엔 접무(蝶舞)가 절정이다. 기가 극락이요 천국이다.

한적한 곳으로 여행지를 바꾸자는 말을 흔쾌히 받아들인 친구가 고맙다.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 미련 없이 돌아서는 냉철함도 때론 필요하다. 비슷한 길도 아닌 정 반대 방향으로 급(急) 변경한 목적지에서, 뜻밖의 고요와 늦은 여름의 고즈넉함에 빠져들 수 있었다.

(2019. 8. 4. 토요일ㅡ폭염주의보가 내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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